이탈리아 대통령은 의전용? 실제론 위기마다 해결사 역할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제도적으로 존경을 받는 인물인 이탈리아 대통령은 제한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 위기의 순간에는 가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AFP 통신이 28일 전했다.
현재 이탈리아 대통령은 세르지오 마타렐라(76).
그는 유럽연합(EU) 통합 회의론자인 재정경제장관 후보 파올로 사보나(81)를 거부, 주세페 콘테(53) 총리 지명자가 정부 구성권을 반납함으로써 이탈리아 정치가 다시 큰 혼란에 빠졌다.
사보나는 콘테 총리 지명자의 추천으로 장관 후보에 오른 데다 의회 대다수의 지지를 받는 인물이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헌법 제92조에 규정된 권리를 행사했다.
그의 거부 결정은 곧바로 사보나를 경제장관으로 적극 지지한 극우정당 '동맹' 마테오 살비니(45) 대표를 분노 속으로 몰아갔다.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도 반발했다.
이탈리아 대통령이 의원 대다수가 지지하는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거부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재직 시를 포함해 최소 3차례 있었다.
이탈리아 사법제도의 표적이었던 베를루스코니는 1994년 총선 승리 후 당시 오스카 루이지 스칼파로 대통령에게 그의 개인 변호사를 법무장관에 임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스칼파로는 이를 거절했고 베를루스코니는 패배를 인정했다.
이번에는 이탈리아 포퓰리스트들이 대통령이 주어진 특권을 행사한 데 대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이들은 EU나 금융 로비스트들의 개입 탓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루이지 디 마이오(31) 오성운동 대표는 이같은 주장을 토대로 마타렐라 대통령을 반역 혐의로 탄핵할 수도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탈리아 대통령은 매우 제한적인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총리나 장관 등을 임명할 수 있다.
헌법은 대통령에게 의회를 해산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하고 있다.
이런 권한은 그동안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수많은 주요 정치적 위기 때마다 억지력으로 작용해 왔다.
이탈리아는 1946년 이후 무려 64개나 되는 정부가 탄생했었다.
2011년 금융위기 때에는 조르지오 나폴리타노(92) 당시 대통령이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축출하는 동의안에 지지 입장을 냈고 경제학자인 마리오 몬티 전 EU 집행위원을 그 자리에 임명했다.
베를루스코니는 국가 쿠데타라고 비난하고 조기 총선을 요구했지만 허사였다.
동맹과 오성운동은 2016년 개헌안 국민투표 실시 이후 조기 총선을 요구했다.
이로 인해 당시 마테오 렌치 당시 총리가 떠나게 됐다.
하지만 마타렐라 대통령은 의회 해산 요구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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