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기독교 농민-이슬람 유목민 유혈충돌 악화
극심한 가뭄·식량난 탓 갈등 심화…1년 새 1천500명 사망
노벨상 수상자 소잉카 "인종청소 우려…국제사회 개입해야"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나이지리아에서 기독교를 믿는 농부들과 이슬람을 신봉하는 유목민들간 유혈충돌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인구가 급증하는 나이지리아의 목초지와 농지가 극심한 가뭄으로 줄어들면서 생존의 터를 확보하려는 양측의 다툼이 격화하고 있어서다.
나이지리아에서 지난 1년간 농부와 유목민의 충돌로 1천500명 이상이 숨지고 50만 명 이상이 집을 떠나 피란 생활을 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4월 한 농촌 마을에서 예배에 참석하던 신도 17명과 목사 2명이 유목민으로 의심되는 무장괴한들의 총격으로 숨졌다.
나이지리아에서 한쪽의 공격은 다른 한쪽의 보복을 낳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자 지난해 농부와 유목민의 충돌을 멈추게 하고 농작물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유목민의 가축 이동, 즉 방목을 제한하는 법을 도입했지만, 오히려 사태는 나빠지고 있다.
이 법의 취지 가운데 하나는 유목민에게 목장에서 가축을 키우도록 유도하는 것이지만 당장 생존이 걸린 유목민은 반발하고 있다. 특히 건조기가 예년보다 길어지면서 목초지가 급감한 것이 문제였다.
국제분쟁 전문 연구기관인 국제위기그룹(ICG)에 따르면 소코토, 카스티나 등 나이지리아 북부 지역의 토지 75%가 사막화되고 있다. 북부에 있던 유목민이 목초지를 찾아 더욱 남진하면서 이미 터를 잡고 있는 농민들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이지리아는 1억8천600만 명으로 추정되는 인구가 2050년 4억 명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돼 식량난이 가중되고 있다.
현지 매체와 기독교 정치인들은 기관총으로 무장한 풀라니족 유목민을 '살인자'라고 비난한다. 풀라니족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보코하람 출신을 고용했다는 나이지리아 정부 관료들의 말도 있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이번 달에 국가안보 비상사태까지 선언했지만, 농부들은 풀라니족 출신인 무함마두 부하리 대통령이 미온적으로 대처한다고 반발한다.
그러나 풀라니족은 농민 공동체가 민병대를 만들어 자신들을 추적해 살해하자 방어하는 것이라며 보코하람 출신을 고용하지는 않았다고 항변하는 등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대선을 앞둔 부하리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풀라니족 대변 단체인 '미예티 알라 목축업자연합'의 우스만 엔젤제르마 대표는 5천만 마리의 가축을 키우는 2천만 명의 축산농민 방목 제한 법률의 폐지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유목민이 가축을 키울 수 있는 '방목 보호구역'의 설치를 제안했다.
198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나이지리아의 월레 소잉카는 현지 유혈사태가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의 인종청소와 같은 참극으로 번질 수 있다며 국제사회의 개입을 촉구했다.
kms123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