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바닷물로 충전하는 해수전지 '등부표' 첫선
안정성·지속성 높여 기존 납축전지 문제 개선…수출이 목표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 울산과학기술원(UNIST)가 원천기술을 확보한 해수전지(海水電池·바닷물로 충전하는 이차전지)로 만든 상용 제품이 첫선을 보였다.
UNIST와 우리해양(대표 이용재)은 해수전지 기반 항로표지용 등부표를 공동 개발해 28일 인천에서 열린 제19차 국제항로표지협회 콘퍼런스(19th IALA Conference) 산업전시회에 출품했다.
이번 제품 제작은 UNIST가 추진 중인 수출형 연구브랜드 사업의 하나다.
UNIST는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신산업 창출로 이어나간다는 전략을 세우고 연구브랜드를 선정·육성하고 있다.
김영식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가 개발한 해수전지는 UNIST를 대표하는 연구브랜드 중 하나다.
김 교수가 이끄는 해수자원화기술 연구센터에서는 해수전지를 통한 제품개발과 산업창출을 위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해수전지는 값비싼 리튬이온 대신 바닷물 속 나트륨(소듐) 이온을 이용해 전기를 저장하는 이차전지다.
무한한 자원인 바닷물을 이용하기 때문에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다.
침수에 안전하고, 전지 충전과정에서 해수를 담수화할 수 있어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 최초로 해수전지 개발에 성공한 김 교수는 정부와 울산시 지원을 받아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를 해왔다.
동시에 한국전력공사와 한국동서발전으로부터 50억원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연구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수전지 상용화 초기 시장으로 해양환경 분야가 적합하다고 판단해 관련 분야 협력을 추진했다. 첫 번째 결과물이 등부표다. 등부표는 항로 수역과 장애물 표시를 위해 고정해 놓은 해양구조물이다.
야간에도 항로를 표기해야 하는 등부표는 현재 납축전지를 사용한다.
문제는 납축전지가 무거워 부표의 중심을 잡기가 어렵고, 침수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바닷물이 들어가면 전지를 사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황산과 납이 유출돼 오염문제가 발생한다.
UNIST 연구진과 우리해양은 해수전지를 활용하면 지금의 등부표가 가진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바닷물을 사용해 충·방전하는 해수전지는 침수 위험이 없고, 부표 아랫부분에 설치가 가능해 무게중심을 잡는데 용이하다.
배터리 교체 수요가 적어 유지 관리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지난해 말부터 산학연 협력으로 개발한 해수전지 적용 등부표는 최근 해양 실증실험에 성공하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연구진은 18일 인천 앞바다에서 진행된 실험에서 해수전지와 연결된 등부표가 해상에서 원활하게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김 교수는 "해수전지는 해양 분야에서 전통적 전력공급 장치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며 "해수전지가 유용하게 쓰일 분야에서 더 많은 협력 관계를 구축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UNIST와 우리해양은 상용화를 위한 추가 점검과 최적화 방안 연구를 계속 진행한다.
해수전지 적용에 적합한 부표 소재 채택, 등부표의 신규 디자인, 해양환경에서의 신뢰성 테스트 등을 할 예정이다.
정무영 UNIST 총장은 "UNIST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원천기술을 적용한 해수전지 제품이 대중에 선보인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수출형 연구브랜드로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해수전지가 앞으로도 적극적인 산학연 협력으로 관련 기술을 선도하고 신시장을 창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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