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사망' 2주기…"안전문제 우려, 특성화고 차별 여전"
특성화고 학생들 '근무 현장 안전확보·차별 없는 대우' 요구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더는 '구의역 사건' 같은 사고가 없도록 안전한 환경에서,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으며 일하고 싶습니다"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던 특성화고 졸업생 김모(19)군이 불의의 사고로 숨진 지 28일로 2주기를 맞았다.
관계당국은 이른바 '구의역 사망사건'이 발생한 뒤로 '현장 안전과 노동권 강화'를 약속했지만, 김군의 뒤를 이어 사회에 진출하는 특성화고 출신 학생들은 "근무 현장에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의 한 공업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이모(18)군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구의역 사건 이후에 전주와 제주에서도 현장실습생 사망 사고가 잇달았다"며 "학교나 현장에서 특별히 안전교육이 강화된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군은 "현장실습을 가리지 않고 보내려는 분위기도 여전하다"면서 "현장실습이 취업에 유리한 현실 때문인 점은 이해하지만, 실습생을 받는 기업체가 안전규정을 잘 지키는 곳인지 학교도 책임지고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상업고등학교에 다니는 A(18·여)양도 "학교에서 안전교육은 제대로 받은 적이 없다"면서 "안전사고 가능성을 배우기보다는 현장실습의 좋은 점, 조기 취업이 유리한 점을 주로 배운다"고 꼬집었다.
학생들은 안전사고 위험보다 특성화고에 대한 뿌리 깊은 사회의 낙인과 차별이 더욱 큰 스트레스라고 토로했다.
이군은 "특성화고 학생들은 해당 직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3년 동안 배우고 현장에 투입되는데도, '고졸'이라는 낙인 때문에 차별을 받고 임금까지 적다"면서 "사회 인식이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A양은 "면접 시즌이 다가오면 선생님들이 여학생들에게만 '체력관리' 명목으로 운동을 시키면서 다이어트를 강제한다"면서 "머리카락을 기르라는 등 외모 지적까지 받으면, 취업을 위해 '공장에서 찍어낸 물건'이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개인의 능력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출신교나 최종 학력 때문에 부당한 차별을 받는 일이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군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공공부문 등에서 현장 일을 하는 만큼, 특성화고 출신은 현역 군 복무 대신 방위산업체에서 일할 기회를 늘려줄 필요가 있다"면서 "이런 존중이 사회 인식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구체적인 의견도 냈다.
특성화고 출신 학생들은 구의역 사건 이후 권리연합회와 노동조합 등 연대조직을 만들어 '안전하게 일할 권리'와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위해 여러 활동을 펼치고 있다.
26일 특성화고 권리연합회가 교육감 후보들과 '안전교육 의무화' 정책협약을 맺는 자리에서 만난 특성화고생 B(17·여)양은 "스무 살이 되자마자 노동을 시작하는 우리가 능력을 꽃피울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은 안전한 근무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같은 날 구의역에서 열린 2주기 추모제에 참석한 특성화고졸업생 노동조합 이은아 위원장은 "특성화고 출신들은 저임금과 주6일 장시간노동, 학력 차별 등에 시달린다"며 "안전한 노동현장을 만들고, 차별 없는 정당한 대우를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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