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친구 간 일상처럼" 수시 회담·소통 시대 열렸다
靑 "남북정상 격의 없는 실무회담 합의"…문대통령 '중재역' 더욱 무게 실릴 듯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전날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친구 간 평범한 일상처럼 이뤄진 회담'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향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수시 회담 또는 수시 소통 추진을 예고했다.
이는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선 남북 정상이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상호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인식이 투영된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정상 간 직접 대화는 무엇보다, 참모진 실무대화의 한계인 시간 소요와 불필요한 오해 증폭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장점을 가졌다.
특히 비핵화 로드맵 타결을 위한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 간 거센 신경전으로 한반도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수시 남북 정상회담과 소통은 문 대통령의 북미대화 '중재역'에 더욱 힘을 실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 대해 "친구 간의 평범한 일상처럼 이뤄진 이번 회담에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며 "남북은 이렇게 만나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 역시 기자들에게 "남북 정상이 필요하면 다양한 방식의 소통을 이어가고 격의 없는 실무적 성격의 회담을 하자고 합의한 것이 유례없는 좋은 진전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은 4·27 정상회담 뒤 29일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역대 회담과는 다른 성격을 띠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000년 6월 역대 첫 남북정상회담을 한 뒤 2007년 10월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날 때까지 7년이 걸렸다. 그리고 동일한 정상 간의 추가 만남은 더는 없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10년 이상의 공백을 깨고 김정은 위원장과 첫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나서, 또다시 29일 만에 2차 회담을 하는 전례 없는 기록을 남겼다.
이처럼 같은 남북 정상이 한 달 새 연달아 만나는 것이 '현실'로 구현되어 이제는 상견례와 탐색전을 생략하고 쟁점 논의에 바로 들어갈 수 있는 토대가 구축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전날 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가을에 평양에 한 번 오시면…"이라며 "(남북정상회담은) 다시 한 번 대화합하고 이런 마음이 가까워지고, 더 가까워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히며 문 대통령과의 수시 소통 의지를 피력했다.
남북정상 간 핫라인에 더해 이와 같은 수시 회담이 힘을 발휘한다면 다음달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과 이후 후속 과정에서까지 문 대통령의 중재역에 더 큰 무게가 실릴 것으로 기대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을 가장 정확히 알고 있는 당사자로서, 두 정상의 가교 구실을 하면서 북미 정상 간 소통 역시 활성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달 사이 북미 협상의 추이를 보면,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간의 신경전에 이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선(先) 핵폐기-후(後) 보상' 언급에 대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아둔할 얼뜨기' 공격 발언 논란 등 북미 참모들 간 언쟁이 계속된 바 있다.
그러는 사이 지난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고 밝힌 직후 문 대통령이 "정상 간 보다 직접적이고 긴밀한 대화로 해결해 가기를 기대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아 정상의 만남과 직접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어제 판문점 정상회담은 4·27 정상회담 이후에 남북 정상 간 구축되고 있는 신뢰관계가 더욱 돈독해졌다고 하는 것에서 아주 높이 평가한다"면서 "남북관계 발전과 판문점선언의 이행이 앞으로 탄력받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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