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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회담 무산] "마음 바뀌면 전화해라"…'뒷문' 열어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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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회담 무산] "마음 바뀌면 전화해라"…'뒷문' 열어둔 트럼프

"지금 시점에선 부적절" 타이밍 명분…北사과조치·中역할론 변수
北억류자 3명 석방엔 사의…트럼프식 벼랑끝 협상전술?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하면서 "언젠가는 만나기를 고대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다음 달 12일로 예정됐던 '싱가포르 담판'은 무산된 셈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북미정상회동 재추진'도 가능하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시점에서 오랫동안 계획돼온 이 회담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느낀다"며 '타이밍'을 거론했다. 북미정상회담의 필요성 자체에 선을 긋기보다는 주변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제 '공'은 북한으로 넘어간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가장 중요한 회담과 관련해 마음을 바꾸게 된다면 부디 주저 말고 내게 전화하거나 편지해달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일련의 대미 강경발언들을 일정 부분 거둬들이는 우호적 제스처를 취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정상회담을 재추진할 뜻이 있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 대한 북한 측의 적절한 사과조치를 기대하는 눈치다.
백악관 관계자가 로이터통신에 "펜스 부통령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인내의 한계'였으며 정상회담을 취소하게끔 했다"고 언급한 것은 주목되는 대목이다.
북한이 '안보사령탑'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강력하게 비판한 데 이어 '정권 2인자' 펜스 부통령까지 도마 위에 올리자, 임계치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앞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담화에서 펜스 부통령의 폭스뉴스 인터뷰 발언을 문제 삼아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라고 비난하고 북미정상회담 재검토를 언급한 바 있다.



북한의 '펜스 비난'이 직접적인 뇌관이 됐다면, 중국에 대한 불만도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로 한반도 해빙무드가 조성됐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이달 초 중국 다롄(大連)을 방문해 두 번째 북중정상회담을 가진 이후로 '변심'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다.
북한이 한국과 미국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에 이상기류가 생긴 배후에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과 단독 정상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모두발언에서 김 위원장이 중국을 두 번째 방문하고 떠난 다음 태도 변화가 있었다면서 시진핑 주석을 가리켜 '세계 최고의 포커 플레이어'로 묘사했다. 속내를 감추는 승부사를 의미하는 '포커 플레이어'라는 단어를 사용해 불편하고 언짢은 감정을 드러낸 것이다.
따라서 미·중 관계의 향배는 북미정상회담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는 또다른 중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인 스타일도 감안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미정상회담 수용부터 정상회담 취소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결정들이 하나같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만큼, 회담 재추진의 가능성도 닫기 어렵다는 것이다. 트럼프식 벼랑끝 협상전술이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백악관 관계자도 "북미정상회담의 희망이 여전히 있다"며 양국 사이의 백채널을 열어놨다고 밝혀 이런 전망을 뒷받침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3명의 사례를 거론하며 "아름다운 제스처였으며,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북한에 사의를 표명한 것도 향후 상황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된다.
j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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