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 주석 응고 순간 온도 측정…표준온도 첫 실현
표준연 정욱철 박사 "주석 액상선 온도 첫 측정…고온 기준온도 오차 확인"
(대전=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이상적으로만 존재하는 200℃대 고온 영역의 기준온도를 정확히 측정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 그동안 통용돼온 기준온도에 큰 오차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24일 열유체표준센터 정욱철 책임연구원이 액체 금속이 고체로 응고하기 시작하는 순간을 포착하고 온도를 측정하는 데 성공, 현재 국제온도표준에서 사용되는 기준온도에 큰 오차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온도표준 전문가들은 고체가 액체로 녹거나 액체가 고체로 굳는 찰나, 즉 물질의 상(相: Phase)이 변하는 순간의 온도를 변하지 않는 기준으로 삼는다. 순수한 물질은 상이 변하는 동안 온도는 일정하며 변하지 않는다. 온도의 기본단위인 켈빈(K) 역시 물의 삼중점을 273.16K로 고정해 정의한다.
국제온도표준(ITS-90)은 -259.3467℃∼961.78℃의 범위에 대해 물질의 상변화 온도를 이용해 온도를 정의하고, 저온에서는 기체, 고온에서는 금속의 상변화를 이용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순수한 물질은 있을 수 없고, 불순물이 있으면 상이 변할 때 온도가 변하기 때문에 국제온도표준은 어느 경우에도 변하지 않는 온도인 상변화가 시작되는 순간의 온도, 즉 액상선 온도를 그 물질의 이상적인 기준온도로 삼는다.
문제는 고온의 기준온도로 사용되는 금속의 액상선 온도를 구현하는 기술이 없었다는 점이다. 액상선 온도는 불변이지만 상이 변하기 시작하는 순간을 포착해 온도를 측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는 물질의 응고 및 용융온도로부터 액상선 온도 근사치를 구해 기준온도로 사용해 왔으며, 200℃대에서는 기준 금속인 주석의 액상선 온도를 231.928℃로 규정해 사용했다.
하지만 정 책임연구원이 고속·정밀 온도제어가 가능한 독자기술인 압력제어식 온도제어기술을 이용해 주석의 액상선 온도를 측정한 결과, 주석의 실제 액상선 온도는 기존의 기준온도(231.928℃)보다 0.00095℃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기준온도의 불확도가 1천분의 1℃나 된다는 것은 국제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이번 성과를 통해 국제온도표준을 구성하는 기준온도가 더욱 정교해지고 정확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400℃대 기준온도인 아연의 액상선 온도(419.517℃)를 측정할 계획"이라며 "이 방식이 국제적으로 더 확고히 받아들여지면 향후 국제온도표준 개정(ITS-XX)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측정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메트롤로지아'(Metrologia) 최신호에 두 편의 논문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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