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모델' 밀던 볼턴, 심각한 표정으로 한미정상 응시 '포착'
한미정상 모두발언·문답 내내 오벌오피스 뒤쪽 벽에 기대 서 있어
트럼프의 '리비아 모델' 폐기로 입지 더 좁아져…폼페이오 '비상'과 대조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다음 달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비핵화 해법으로 '리비아 모델'을 밀었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2일(현지시간) 무거운 표정으로 한미 정상을 응시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돼 화제다.
이날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볼턴이 공개적으로 주장해온 리비아 모델이 사실상 용도폐기됐다는 점과 맞물려 한결 좁아진 그의 위상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모습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취재한 백악관 풀기자단에 따르면 볼턴 보좌관은 미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두 정상의 모두발언, 언론과의 문답이 이어지는 동안 양국 대통령이 앉은 의자 뒤편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외신들이 보도한 당시 사진들을 보면 볼턴 보좌관은 집무실 뒤쪽 벽에 기댄 채 침울하거나 심각해 보이는 표정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 쪽을 가만히 바라보는 장면들이 많았다.
오른손에 서류를 들고 왼손을 그 위에 얹은 정중한 자세부터 한쪽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넣은 편안한 자세, 안경을 고쳐 쓰는 모습 등 일거수일투족이 사진기자들의 관심 대상이 됐다.
이날 볼턴 보좌관의 표정이 더욱 주목받은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북한 비핵화 해법과 차별화한 자신만의 '트럼프 모델'을 공개 제시한 자리였기 때문이다.
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 '선(先) 핵폐기, 후(後) 보상'을 골자로 한 리비아 모델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볼턴 보좌관은 최근 북한의 공개 반발로 북미정상회담 좌초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입지가 좁아진 상태였다.
이미 공개적으로 '리비아 모델은 아니다'고 선을 그은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최단 기간에 핵폐기와 보상을 주고받아 속전속결로 비핵화를 달성하는 '일괄타결' 해법을 구체화함으로써 볼턴 보좌관을 더욱 궁지로 몰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해법은 큰 틀에서 일괄타결의 형식을 취하되 최소한의 단계별로 부분적 보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어서 핵폐기 완료 전까지 일체의 보상은 없다는 볼턴식(式) 리비아 모델에 사실상 사형을 선고한 셈이다.
이는 백악관 안보사령탑으로서 대북 초강경 해법을 주도할 것이라고 연일 언론 지상을 장식했던 볼턴의 시끌벅적한 등장으로부터 불과 두 달도 안돼 180도 달라진 정국 상황을 반영한다.
특히 같은 '매파' 성향으로 주목받았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과의 대화를 주도하면서 정치적 입지를 더욱 강화한 것과 대조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두 번의 전격 방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역사적인 정상회담 준비를 총괄 준비해온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도 문 대통령과 따로 면담을 하고 국무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성공적인 회담이 되도록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라도 준비할 것"이라며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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