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디자인 뿌리' 독일디자인 100년을 돌아보다
성곡미술관 도이치베르크분트(DWB) 탄생 100년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1907년 독일 뮌헨에서 도이치베르크분트(DWB·독일디자인연맹)라는 단체가 발족했다. 미스 반 데어 로에, 페터 베렌스, 요셉 호프만 등 지금까지 이름이 전하는 건축가, 디자이너 12명과 아에게, 보쉬 등 12개 회사가 연맹 창립에 힘을 보탰다.
당시 유럽에서는 갑작스러운 산업화와 도시화로 수공예 시대는 지고, 물건은 질과 예술성이 하락했다. 이때 탄생한 도이치베르크분트는 '좋은 형태'(Die gute Form)를 내건 채 새로운 재질을 기반으로 기능성, 합리성, 효율성을 담아낸 디자인을 선보였다. 거창한 사무공간은 없었지만, 소파 쿠션부터 도시 계획까지 이들 관심이 미치지 않은 대상이 없었다. 이는 현대디자인 중요한 뿌리가 됐다.
"오늘날 많은 기업이 기업 정체성을 나타내는 이미지 개발을 위해 노력하며, 디자인한 산업 제품들이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산업 디자인을 대학에서 가르치며, 디자인이 미술관에서 전시될 때 이것은 모두 독일디자인연맹 업적으로 돌려야 할 것이다."
올해로 111년을 맞은 독일디자인연맹 100년 여정을 돌아보는 전시가 서울 광화문 성곡미술관에서 25일 개막한다. 뮌헨공대 건축박물관과 독일국제교류처가 기획한 '독일디자인 100년' 전은 2010년부터 각국을 돌며 전시 중이다.
의자·유리식기를 비롯한 실제 제품과 포스터, 드로잉, 건축모형, 신문·잡지, 다큐멘터리 필름 등 총 360점이 전시에 나왔다.
전시는 연맹 탄생 배경을 설명하는 공간에서 시작해 총 7개 공간에서 전개된다. 3번째 공간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장식을 지양한 디자인과 일종의 '주거실험'으로 평가받는 슈투트가르트 바이센호프 주택단지 조성 관련 내용을 소개한다.
전시 디자이너인 베아트 슈미트 씨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DWB는 자신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좋은 제품, 좋은 디자인, 좋은 삶을 주자는 건축가와 디자이너, 산업체의 열망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전방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친 독일디자인연맹도 현대사 흐름에서 비켜 나갈 수 없었다. 4번째 공간에서는 나치 사상 선전에 철저히 이용되다가 1938년 해체되는 운명을 맞은 연맹의 그늘진 역사를 보여준다.
종전과 함께 재건된 독일디자인연맹은 1960년대부터 산업화와 영리추구가 환경에 미친 결과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우리는 반세기 넘도록 그럭저럭 좋은 유리컵을 만들었지만, 그 사이 물은 마시기도 어려워 '맥주'로 가공해서나 마시게 됐다"고 한탄한 한스 쉬페르트 회장 말은 이러한 흐름을 증언한다.
1983년부터 2007년까지 아우르는 마지막 공간에서는 '좋은 형태'만을 갈망하던 것에서 벗어나 '올바른 디자인'을 추구한 노력들을 소개한다.
전시는 8월 26일까지. ☎ 02-737-8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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