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특보 "한국 정부, 주거권을 기본 인권으로 인식해야"(종합)
레일라니 파르하 유엔 인권이사회 적정주거 특별보고관, 방한 조사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레일라니 파르하 유엔(UN) 인권이사회 적정주거 특별보고관은 23일 "한국 정부는 주거권을 인권으로 인식하고 그에 따른 국가적 행동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르하 특별보고관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자산이나 상품으로서가 아니라 인권으로서의 주거 개념으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파르하 특별보고관은 한국 정부 초청으로 지난 14일부터 열흘간 일정으로 방한했다.
방한 기간 그는 외교부, 국토교통부, 법무부 등 정부부처나 국가인권위원회, 국회, 대법원 등 기관 관계자와 면담하고, 국내 주거 실태를 돌아봤다.
파르하 특별보고관은 "한국 정부는 주거권 실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진정으로 인권을 준수하려면 큰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사회를 파괴하고 사람이 쫓겨날 수밖에 없는 대규모 재건축 사업이 지속된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공동체나 가정을 붕괴시키는 강제퇴거는 국제 인권법 위반에 해당하므로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국 정부는 노숙인에게 최저 생계비와 주택급여를 제공하고, 2030년까지 노숙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성 소수자, 이주 노동자,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인권 보호에도 앞장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파르하 특별보고관은 또한 "정부는 임차인에게 임대차 계약 갱신권을 보장하고, 임대료 상한제를 도입해 거주 안정성을 높이는 조처를 해야 한다"며 "고시원이나 쪽방처럼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주택급여를 인상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르하 특별보고관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시민사회단체들과 토론회를 열고 한국에서의 조사활동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류민희 변호사는 "한국 정부는 주거권을 국가가 이행해야 하는 의무로 보지 않는 것 같다"며 "이번 특별보고관의 보고를 통해 향후 우리가 투쟁해 나갈 수 있는 언어와 근거를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파르하 특별보고관은 "정부는 인권으로서 주거권을 보장할 때 그 누구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면 안 된다"며 "인권위나 민간 변호사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 아래로부터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르하 특별보고관이 작성한 방한 결과와 권고사항은 내년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보고서 형태로 제출된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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