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모교 연설서 "지금도 대선 생각…내 실수들 후회"
트럼프 '러시아 스캔들' 조롱하듯 러시아 방한모 꺼내들어 청중 폭소
(서울=연합뉴스) 김화영 기자 =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공개석상에서 '뼈아픈' 2016년 대선 패배를 언급했다.
2년 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섰다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패배한 그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예일대에서 한 연설에서 "나에게는 아직 그것이 끝나지 않았다. 나는 지금도 2016년 선거에 대해 생각한다. 지금도 내가 했던 실수들을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만 미국 역사에서 벌어진 그토록 이상하고 험악한 선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훗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1973년 예일대 법과대학원을 졸업했다.
그는 연설에서 직접 '트럼프 행정부'를 지칭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법치와 자유언론을 상대로 전쟁하고, 후안무치의 부패행위를 저지르며, '지도자는 공복(公僕)이어야 한다'는 전제를 거부하는 것은 국가의 통합을 저해한다"면서 현 정부를 비판했다고 의회전문지 더힐이 전했다.
또 "미국 정치의 극단화는 균형을 잃었다. 지도자들은 증오의 언어를 동원해 노골적으로 국민을 자극하고 있다"고 공세 모드를 보였다.
클린턴 전 장관은 예일대 학생들이 졸업기념행사에 전통적으로 각양각색의 모자를 쓰고 참석하는 사실을 언급하고 "나도 모자를 가져왔다"며 러시아 전통 방한모인 검은색 '우산카'(Ushanka)를 꺼내 들었다.
이는 지난 대선 기간 러시아 측과의 내통 의혹인 '러시아 스캔들'로 특검의 조사를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진영에 대한 조롱으로 해석되며 참석 학생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오는 25일 하버드대로부터 '래드클리프 메달'을 받는다.
하버드대 래드클리프 고등연구소가 지난 1987년부터 사회 변혁에 영향을 준 여성 인사들을 중심으로 매년 수여해온 메달이다.
하버드대는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인권의 옹호자, 유능한 정치인,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지켜온 인사"라며 선정 배경을 밝혔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인 그는 연방 상원의원(민주·뉴욕)과 제67대 국무장관을 지낸 뒤 대선에 도전했다.
재닛 옐런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2016년),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대법관(2015년),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2010년), 캐서린 그레이엄 전 워싱턴포스트 발행인(1994년), 엘리자베스 돌 전 상원의원(1993년) 등이 이 메달을 받은 바 있다.
quintet@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