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2공항 갈등 신고리 원전처럼 공론화로 해결해야"
공공정책 갈등관리 세미나서 최용복 제주대 교수 제안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갈등 해결을 위해 신고리 원전처럼 정부가 주도하는 공론화와 투명한 여론조사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17일 오후 제주대 아라컨벤션홀에서 열린 '성공적 공공정책 집행을 위한 갈등관리 세미나'에서 최용복 제주대 교수는 "제2공항 갈등은 제주도지사 선거 토론회에서 폭력사태로 표출될 정도로 매우 심각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역주민과 시민단체 등이 제2공항 사업 예정부지 선정과 자연환경 파괴, 난개발 심화, 주민 생존권 위협 등을 문제 삼으며 전면 반대하고 있다"며 사실상 정상적인 사업진행이 어려운 상태라고 강조했다.
제2공항 건설에 대한 도민 여론조사 결과 역시 진행기관에 따라 각각 다르게 나타나는 등 여론의 추이를 판단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갈등의 원인을 크게 4가지로 진단했다.
정부와 제주도의 일방적 사업 추진으로 인한 지역주민의 소외, 개발과 환경보존에 대한 인식의 차이, 신뢰 부재, 정보 불일치 등이다.
이러한 갈등은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해군 제주기지) 건설, 제주 신항 개발, 예래동 휴양형주거단지 개발 등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 같은 공공정책 집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전 단계 갈등관리'(EPCM) 모형을 제안했다.
EPCM 모형은 사업 추진 단계와 사업진행 단계, 사업 집행 단계 등 단계별로 발생하는 모든 갈등 요인을 파악해 공청회와 정보·보상기준·절차 등 모든 과정을 공개하고 설명하는 방식으로 갈등을 최소화하는 갈등관리 방안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도 갈등이 과열되거나 해결이 어려우면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당시 문제를 풀기 위해 적용한 공론화위원회의 국민참여형 정책 결정 모델을 제주 실정에 맞춘 '숙의형 공론조사'를 실시해 갈등을 조정하도록 한다.
쟁점에 대한 협상안을 공개하고 도민 의견을 다시 수렴할 수 있는 공청회와 투명한 여론조사를 포함한 숙의형 공론 절차를 거치는 셈이다.
최 교수는 "제2공항 건설 여부는 중앙정부 소관인 만큼 제주공론화위원회가 아닌 국토교통부가 주도하는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담론의 장을 마련하고, 이어 공정하고 투명한 여론조사를 통한 갈등 해결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제주도는 (가칭)제주갈등조정위원회를 구성해 국토부의 공론화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전 과정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강호진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는 "갈등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한 만큼 EPCM 모형이 제도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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