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전원합의체 "부동산 이중매매는 배임"…기존입장 유지
"중도금 받으면 매수인 보호의무 생겨"…'배임 무죄' 2심 파기환송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부동산을 둘러싼 권리분쟁에서 땅을 판 사람이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고도 소유권이전 등기를 안 해주고, 다른 사람에게 판 경우에는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7일 다른 사람에게 판 땅에 또 다른 사람 이름으로 저당권을 설정해준 혐의(배임) 등으로 기소된 권모(68)씨의 상고심에서 배임 혐의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중도금 지급 단계에 이르러 임의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면 매수인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가 발생하고, 그때 부동산을 이중으로 매도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부동산 매도인이 중도금을 받은 후 부동산을 3자에게 처분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했다. 이 법리가 거래 혼란을 일으키는 것도 아니고 매도인의 계약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도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권씨는 2014년 8월 상가점포를 황모씨 등에게 13억 8천만원에 팔기로 하고 계약금 2억원, 중도금 8억원을 받은 후 다른 사람에게 15억원에 이중매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권씨는 배임 외에도 위조한 재무제표확인서를 제출해 은행에서 52억원을 대출받은 혐의(사기) 등도 받았다.
1심은 "중도금까지 받은 이상 땅을 판 사람으로서 산 사람에게 온전한 소유권을 이전등기해줄 의무가 있다"며 사기와 배임 모두 유죄로 보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권씨를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기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5년으로 감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중도금을 받은 매도인이 다른 사람에게 부동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배임 행위"라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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