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개혁개방 학습 목적밝힌 노동당 참관단…北,경제 올인 행보
시장확대·농업 개혁 中과 닮은 꼴…지방 산업 활성화도 유사
대북 제재로 운신 폭 좁은 韓…공세적 대북 협력 추진하는 中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 경제발전 총력노선을 선언한 북한이 시장경제시스템을 도입한 사회주의 정치 체제인 중국의 개혁개방 모델을 학습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주목된다.
이런 의지는 16일 노동당 참관단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면담 자리에서 표현됐다.
참관단장인 박태성 당 부위원장이 "중국의 경제건설과 개혁개방 경험을 학습하기 위해 중국에 왔다"고 밝힌 것이다.
박 부위원장은 그러면서 이번 방중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임을 분명히 했다. 다시 말해 김 위원장이 중국식 개혁개방 경험을 배우겠다는 의지를 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참관단은 방중의 방중 동선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첫날인 14일 중국의 실리콘밸리인 중관춘 과학원 문헌정보중심, 15일에는 중국 농업과학원 작물과학연구원을, 16일 주로 철도 관련 시설 투자와 관리사업을 운영하는 베이징시 기초시설투자유한공사를 시찰했다. 차후 광둥(廣東)성 등의 중국 개혁개방 성과물을 시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미뤄볼 때 북한 지도부는 첨단 IT 산업은 물론 부족한 식량 확보에 필요한 선진농업기술, 그리고 북한의 사회간접시설 건설 등에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 이미 북한은 김정은 체제 들어서면서 이미 중국의 개혁개방 초기 경험을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시장 확산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산하 한미연구소의 커티스 멜빈 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2월 현재 위성사진에서 확인된 북한 공식 시장의 수는 482개로, 지난해 8월 집계한 468개보다 최소 14개가 증가했다.
여기에 길거리에 조성된 장마당이나 허가받지 않은 임시 시장까지 합치면 그 개수는 더 늘어난다.
중국은 1978년 3만3천300개 정도의 시장이 있었다가 10년 뒤인 1988년에는7만1천359개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시장이 늘면서 정부가 관리하는 상품 종목도 1978년 188종에서 1989년엔 20여종으로 줄었다.
농업에서는 포전담당책임제를 도입했다. 이는 과거 집단농업에서 탈피해 4∼6명 정도의 가족영농이 가능한 단위로 나누고 이들이 책임지고 한 해 농사를 지으면 생산량의 30%를 국가에 내고 나머지는 생산자가 처분권을 갖게 함으로써 생산력 향상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중국의 1970년대 말 초기 개혁 당시 '농업생산책임제'를 도입해 집단적 경영방식에서 벗어나 경영권을 개별 농가로 이양했던 것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정은 체제 들어 북한이 지방 활성화를 통한 경제발전을 꾀하고 있으며, 이 또한 중국의 개혁개방 초기와 닮은꼴이다.
북한은 2013년 경제개발구법을 제정한 뒤 20개 이상의 경제개발구와 경제특구를 지정했다. 농업·관광·수산업 등 지역별 특성에 맞는 특구를 염두에 두고 지방별로 특색에 맞는 산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방별로 다양한 상품을 경쟁적으로 만들어 시장에 내놓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한 재외 동포는 "평양의 상점에 가면 판매하는 술의 종류가 셀수 없이 많은데 각 지방에서 경쟁적으로 생산하는 것"이라며 "이미 북한은 지역과 기업이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런 변화는 과거 중국의 개혁개방과정에서 향진(鄕鎭)기업이 지방경제 활성화에 역할을 하고 추후 토착적 자본으로 성장했던 사례를 따라 하려는 의도를 담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향진기업은 1984년 606만개에서 1989년 1천868만개로 빠르게 증가했고 총생산액도 1천709억위안에서 7천428억위안으로 급속히 늘었다. 고용인원도 5천208만명에서 9천366명으로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최근 두차례 방중을 계기로 급속한 북중관계 회복 기류는, 북한의 개혁개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노동당 참관단을 만나 농업, 교육, 과학기술, 인문 등의 분야에서 교류협력을 강화하길 원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를 두고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이행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대북 경제지원과 교류를 최대화하는 한편 대북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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