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스크, 작심한듯 강한 어조로 트럼프 비판…"적보다 못한 친구"
美의 이란핵합의 탈퇴, 철강관세부과로 미국-유럽 외교갈등 고조
"트럼프 덕분에 환상 버리게 돼…뜻 굽히지 말자"며 EU 단합 호소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미국과 유럽 간 외교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통치하는 미국에 대해 '적보다 못한 친구'라고까지 언급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미국의 이란 핵 합의 일방 탈퇴선언, 외국산 수입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부과 등으로 미국과 유럽 간 동맹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것을 언급하면서다.
투스크 의장은 이날 불가리아에서 28개 회원국 정상들과 만찬회동을 하며 미국의 일방 탈퇴선언으로 위기에 처한 이란 핵 합의 문제를 비롯해 미국의 철강·알루미늄제품 관세부과 대응책, 가자지구 유혈사태 등 EU가 직면한 현안에 대해 협의하기 이전에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을 작심한듯 비판했다.
그는 중국의 팽창과 호전적인 러시아 등 유럽이 직면했던 전통적인 문제를 언급한 뒤 "오늘날 우리는 미국행정부의 변덕스러운 자기과시라는 새로운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한 것을 보면 심지어 '적보다도 못한 친구'라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례적인 가시돋친 표현으로 비판했다.
투스크 의장은 "솔직히 말해서,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유럽은 환상을 갖지 않게 됐기 때문에 감사해야 한다"면서 "그는 우리에게 '당신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면 당신의 팔 끝에서 하나(당신의 손)를 찾을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했다"며 유럽이 더는 미국으로부터 자동적인 도움을 기대할 수 없음을 지적했다.
EU를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투스크 의장은 오래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그는 지난번 미국 대선 과정에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같은 점을 가리키며 "국제 정치에서 도널드는 한 명이면 족하다"라고 언급, 트럼프 대통령의 낙선을 기대하는 속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투스크 의장은 위기에 처한 이란 핵 합의, 미국과의 무역갈등,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으로 초래된 가자지구 유혈사태 등에 대응하는 데 있어 유럽의 단합을 호소했다.
그는 특히 이란 핵 합의를 되살리는 문제와 관련, "우리는 통일된 유럽 전선이 필요하다"면서 "나는 회원국 정상들이 이란이 핵 합의를 준수하는 한 우리도 이를 준수할 것임을 재확인하기를 바란다. 이란 핵 합의는 유럽과 전 세계 안보에 유익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유럽 기업들의 이란과의 거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맞설 대비를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투스크 의장은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부과로 인한 미국과의 무역갈등에 대해서도 "우리는 우리 뜻을 굽히지 말아야 한다"며 일부 국가들이 미국으로부터 쿼터 제한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관세면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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