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해외에 재산 숨기고, 세금 안내고…이젠 뿌리뽑아야
(서울=연합뉴스) 해외에 재산을 숨겨놓고 세금을 탈루한 부유층과 법인에 대해 정부가 시퍼런 칼을 빼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열린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해외범죄수익환수 합동 조사단을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불법으로 재산을 해외에 빼돌리고 은닉해 세금을 안 내는 것은 공정과 정의를 해치는 반사회적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세청, 관세청, 검찰 등 관련 기관이 협조해 추적조사와 처벌, 범죄수익 환수를 제대로 하라고 주문했다. 역외 탈세에 대해 문 대통령이 분노한 듯하고 상당한 수준의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해외 재산은닉과 탈세는 심각한데도 좀처럼 뿌리뽑히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외국 당국과의 과세정보 교류에 힘입어 이전보다는 역외 탈세 범죄 포착이 좀 더 쉬워진 것은 맞다. 그러나 외국에서 은밀하게 차명으로 거래하거나, 작정하고 소득을 숨긴다면 당국으로서도 속수무책인 경우가 꽤 있다. 통계로 봐도, 역외 탈세 추징규모가 작년에 1조3천억 원으로 최근 몇 년간 계속 1조 원을 웃돌고 있다. 탈세 수법도 다양하고 교묘하다. 국세청은 최근에 역외 탈세 혐의자 39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시작했는데, 이들은 수출계약을 체결한 뒤 불량제품인 것처럼 속여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매출액을 빼돌리기도 했다. 외국인으로 가장해 한국에 투자한 뒤 그 수익을 해외로 돌려놨으며, 외국 조세회피처에 있는 아들의 페이퍼컴퍼니에 컨설팅 용역비라고 속여 돈을 보내기도 했다.
역외 재산은닉과 탈세는 그 자체로 중대 범죄이면서 사회 통합까지 해친다. 이 범죄 행위자들의 상당수가 고액 자산가나 사회 유명인, 재벌기업 오너 등이기 때문이다. 해외로 빼돌리기는커녕 돈 한 푼 저축할 수 없는 서민들로서는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 특히 봉급생활자들은 자신만 성실하게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나라를 유지하는 법과 제도에 대한 존중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법치가 이뤄지지 않고, 사회는 혼란해지기에 십상이다.
당국은 역외 재산은닉과 탈세를 당연히 엄벌해야 한다. 혐의가 있다면 철저히 조사해야 하고 범죄가 입증되면 처벌에 예외를 둬서는 안 된다. 세금이 공정하게 부과되고 있으며, 거둬들인 세금은 낭비되지 않는다는 신뢰도 국민에게 줘야 한다. 그래야 한국이 정의로운 사회로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다. 특히 탈세 혐의가 포착되면 조사도 신속하고 엄격하게 진행해야 한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500억 원 이상의 상속세 누락 사실을 국세청에 신고한 것은 2016년도였다. 아버지 조중훈 회장이 2002년에 사망한 뒤 14년이나 지났기에 탈세 혐의는 비교적 명확해 보인다. 그런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검찰이 이제 와서 수사에 들어갔다. 2년간의 공백이 생긴 것이다. 이런 식이면 당국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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