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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공사관 지붕창과 계단, 원형 찾은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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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공사관 지붕창과 계단, 원형 찾은 사연은

김종헌 교수 "설계부터 시공까지 한미 장인 합작"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대한제국이 펼친 자주외교 노력과 일제에 국권을 빼앗긴 아픈 역사가 깃든 미국 워싱턴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이 22일 정식 개관을 앞두고 15일(한국시간) 복원된 모습을 드러냈다.
문화재청이 2012년 대한제국공사관을 매입할 때부터 참여했고 2015년 8월부터 2년간 워싱턴에 머물며 공사를 감독한 김종헌 배재대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처음으로 한국과 미국 전문가들이 설계부터 시공까지 힘을 합쳐 완성한 작품"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백악관에서 1.5㎞ 거리에 있는 대한제국공사관은 1877년 미국 정치인이자 외교관인 세스 펠프스 저택으로 건립됐다. 빅토리아양식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로 대지 면적은 381.1㎡, 연면적은 578.83㎡다.
1882년 5월 22일 미국과 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한 조선은 1887년 박정양을 미국에 특파했고, 1889년 2월부터 이번에 복원한 건물에 주미공관을 설치해 1905년 을사늑약까지 외교 무대로 활용했다.
하지만 1910년 경술국치 이후 일제가 단돈 5달러에 매입한 뒤 팔아넘겼고, 이후 군인 휴양시설, 운수노조 사무실, 개인 주택으로 사용되다 102년 만에 우리 정부 품으로 돌아왔다.



김 교수는 "1940년대 운수노조가 입주하면서 넓은 회의실을 만들기 위해 3층 벽체를 철거하고 천장과 계단을 훼손했다"며 "목재를 다루는 칼만 1천여 개를 쓴다는 볼티모어 장인이 지붕창을 다시 내고 계단을 복원하는 작업을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어려웠던 지붕 공사도 주한미군 출신 장인 덕분에 공정을 무사히 마무리했다고 강조했다. 주택에서 박물관으로 용도를 변경하면서 피난시설과 냉난방 장치를 지붕에 설치해야 했는데, 필라델피아에 사는 장인이 워싱턴에 체류하면서 능숙하게 일을 처리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목재 바닥에서 문양을 찾아낸 사연과 수행인 계단 흔적을 복원한 이야기도 들려줬다.
그는 "목재 바닥을 정비하고 마지막에 사포질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재질이 다른 목재로 만든 문양을 발견했다"며 "미국에서는 당국에 제출한 설계 도면대로만 공사를 해야 하는데, 어렵게 전문가 도움을 받아 문양을 복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행인 계단 흔적도 우연히 확인했다. 1층 벽체를 철거하다가 벽돌 사이에 목침을 박은 흔적을 찾았고, 대한제국공사관 시절에도 이 계단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해 흔적을 남겨두기로 했다.
건물 복원에 미국 장인이 대거 참가했다면, 불로문(不老門)과 박석(薄石)이 있는 한국식 정원 조성 작업은 한국 명장이 맡았다.



장인들에게 두루 공을 돌린 김 교수는 대한제국공사관 옆 건물에 거주한 한인 여성 오향숙 씨도 고마운 인물이라고 털어놨다.
"건물 매입 계약식을 한 날, 옆 건물 명패를 보니 한국식 이름이 있어서 초인종을 눌렀는데 반응이 없었어요. 한 달쯤 지나서 오전 8시에 다시 문을 두드렸는데, 오 선생님이 나왔어요. 그런데 이 분이 새벽에 두루마기를 입은 사람이 침실로 들어오는 꿈을 꿨다는 거예요. 엄청난 인연인 셈이죠."
오씨는 김 교수가 미국에 머무는 동안 집을 빌려줬고,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줄곧 사진 작업을 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기자들에게 배포한 화창한 공사관 외관 사진도 오씨 작품이다.



김 교수는 100여 년 만에 되찾은 공사관 건물이 수백 년간 버티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지붕과 바닥, 기둥을 튼튼하게 보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사관 복원은 한국과 미국 관계사를 재해석하고 슬픈 근대사를 치유한다는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슬럼처럼 변한 워싱턴 원도심을 밝은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됐다고 주장했다.
"돌이켜보면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이 스스로 복원에 필요한 사람, 기술, 재료를 끌어온 것 같아요. 한미 우호와 교류를 상징하는 건물을 많이 사람이 방문하길 바랍니다."
psh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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