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42일만의 국회 정상화, 국민의 분노를 잊지 말라
(서울=연합뉴스) 여야가 드루킹 사건(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의 특별검사 법안과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18일 동시에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으면서 국회가 우여곡절 끝에 14일 정상화됐다.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국회의원 4명의 사직 안건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최악의 경우 2012년 국회 선진화법 시행 후 처음으로 본회의 개최를 둘러싸고 이날 '폭력 국회'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지만 극적 타협을 이뤄냈다. 한반도 주변 정세가 매일 급변하고 있고, 각종 민생법안과 추경안 등 처리해야 할 안건이 쌓여 있는 가운데 뒤늦게나마 출로를 찾았기에 다행스럽다.
내달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의원들(민주당 3, 한국당 1)의 사직 안건이 이날까지 처리되지 않았다면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르지 못하고 내년 4월에야 가능할 뻔 했다. 국민의 참정권이 원천적으로 박탈당하는 최악의 사태는 그나마 벌어지지 않게 됐다. 만일 그렇게 됐다면 정치권 전체가 국민의 거센 분노를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야가 극단적 사태를 피하고 국회를 정상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시는 국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겠다는 게 뉴스가 되어서도, 국민의 걱정거리가 되어서도 안 된다.
국회 장기파행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분노는 어느 때보다 높았다.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11일 전국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에 따르면 국회 파행과 관련해 '무노동 무원칙을 적용해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는 응답은 81.3%로 나타났다. 국민 10명 중 8명꼴로 '국회의원들이 국회 파행에 책임을 지고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는 데 찬성한다는 얘기였다. 4월 임시국회가 본회의 한번 열지 못한 채 허송세월했고, 지난 2일 소집된 5월 임시국회는 이날 정상화 전까지 상임위원회 한번 제대로 열지 못했다. 국회가 민생을 외면하고 직무유기를 되풀이한다면 국민의 요구는 세비 반납 정도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이제 42일 만에 정상화된 국회는 남은 5월국회 회기동안 밤을 새워서라도 산더미같이 쌓인 숙제를 해야 한다. 각종 민생, 개혁입법안이 줄줄이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국회에 계류된 지 한 달을 넘긴 3조9천억원 규모의 추경안의 꼼꼼한 심의도 필요하다. 구체적인 특검법안 마련과 추경안 심의가 또 다른 정쟁 유발 없이 원만히 진행되고 처리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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