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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남북 자유왕래 가능할 듯…北체제 다원화도 허용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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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남북 자유왕래 가능할 듯…北체제 다원화도 허용할 것"
"김정은, 비핵화 단축 위해 북미회담서 핵목록 제시할수도"
"北, 이미 중국에 역할 부여…궁극적으로 중국식 개혁개방 추구할듯"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비핵화 및 평화체제 합의 이후 약간의 사회적 다원화가 허용된 1인 권력체제 하에서 경제개발을 추진해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남북 자유왕래도 머잖은 시기에 가능해질 수 있다고 봤다.
이 전 장관은 12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민주평통 통일강연회 후 인터뷰를 하고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엔 한반도에 화해와 협력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불안감도 없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그런 불안감이 없다"며 "이번에는 정말 평화가 올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와 그에 따른 제재해제 시일을 단축하기 위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핵무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목록을 제시하는 과감한 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 전 장관은 강연회에서 한반도 갈등의 양축인 남북, 북미 대결을 동시에 해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며 원인 제공자인 김정은 위원장의 능동적인 전략적 결단, 적대적이었던 두 지도자 간 톱다운 방식의 문제 해결 추구가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통일 및 북중관계 전문가인 이 전 장관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특별수행원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통일부 장관을 거쳐 현재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을 지내고 있다.
다음은 이 전 장관과 일문일답.
-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가 싱가포르로 합의됐다. 어떤 의미가 있나.
▲ 장소에서 어떤 역사적 의미를 찾기보다는 북미가 서로 적당하게 편한 곳을 선택한 것 같다. 내달 12일 회담까지 한 달의 기간을 남기고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실무자들이 오가며 논의할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 본질적 내용은 물론이고 보다 더 구체적인 절차까지 합의에 담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이미 큰 틀의 타결은 끝났다는 느낌이 든다. 청와대도 이미 지난 4일 개최지가 싱가포르로 정해졌다는 사실을 전해 받았던 만큼 이미 북미 사이에서 회담 개최지 문제를 넘어선 핵심 사안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북한이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방안을 주장하고 있는데.
▲ 비핵화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임기 내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도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시기(2016∼2020년)를 고려해 기간 단축을 원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비핵화를 기간이 길어진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살라미 방식이 아닌 단계를 굵고 짧게 잘라 과감하게 비핵화를 진척시킬 수도 있다. 북한이 비핵화를 빨리 진척하기 위해 정상회담장, 또는 직후에 핵무기 개수나 시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목록 등을 공개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공언한 비핵화가 기만이 아니라 진정이라면 조금 시기를 늦추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 북미정상회담에서 예상되는 쟁점은.
▲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대신 북한이 받을 체제안전보장 내용 및 방식과 교환 시기가 쟁점이다. 북한은 반대급부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안전보장'(CVIG)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체제안전 보장은 북미 수교를 전제로 하고 이는 곧 경제협력과 금융자본의 투자를 의미한다. 북한의 베트남식 개혁개방이 거론되는 이유가 베트남이 미국과 수교한 시점부터 경제성장이 시작되고 외국투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현재 북미 대화에서 비핵화가 가장 중요한 사안이지만 북한은 경제부국 달성을 위한 제재해제가 궁극적 목표다. 그런 의미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빠른 비핵화가 이뤄지면 북한이 한국과 같은 수준의 번영을 달성하도록 협력하겠다"고 말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북한은 최근 '전략국가' 지위를 선언했다. 핵을 가진 전략국가가 아니라 의미 있는 역할을 하는 중심으로서 전략국가라는 의미다. 고립됐던 북한이 지난 2개월 사이 남북정상회담과 2차례의 북중정상회담을 치르고 북미정상회담을 예정하며 단번에 전세계의 주목을 받는 중심국가가 됐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은 이미 외교를 통해 그 목표가 달성되는 중이다. 북한 주민들도 핵이 없는 신안전보장 체제에서 경제부국 방향으로 간다는데 긍정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 같은 체제 지향에 걸림돌이 될 수 있었던 군부도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는 상태다.
- 중국 역할론을 어떻게 봐야 하나.
▲ 최근에는 중국보다 북한 매체가 현 상황을 더 자세하게 설명한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다롄(大連) 회담에 대해 "전략적 기회를 틀어쥐고 전술적 협동을 보다 친밀하게 강화하기 위한 방도"를 협의했다고 밝힌 대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 의견을 곁들여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 방안과 북미 회담의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도 "시 주석의 진정어린 고견에 감사를 표했다"고 했다.
이미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틀에서 역할을 부여받았고 이는 북한이 끌어들인 것이다. 김 위원장은 3월말, 5월초에 잇따라 시 주석과 회동하며 중국에 계속 역할을 주고 있다. 한미 동맹이 존속하는 한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시장경제 개방을 전제로 해 중국과 안보적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북한이 짜는 향후 동북아 안보 질서는 어떤 그림일까.
▲북한은 중국에 권리 행사는 물론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명분을 계속 주고 있다. 북중의 이런 관계 강화가 동북아의 군사안보적 긴장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다. 동북아 질서는 공동안보, 다자안보를 지향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한미관계의 역형상을 중국에 투영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중국과 경제관계를 맺고 있는 것처럼 북한도 중국과 동맹에 준하는 전통 유대관계를 회복하면서 미국과 경제협력에 나서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비핵화 이후 동북아 안보체제를 북한은 지금의 한미, 한중 관계와 대칭되는 북중, 북미 관계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 북한은 북미 수교, 평화협정, 남북관계 정상화, 전통적 북중관계 복원이 이뤄진 신안전보장 체계를 수립하고 중국과 베트남의 경제발전 방식을 본떠 경제부국을 달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 북중 사이에 갈등 요인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은 없나.
▲ 종전선언의 중국 참여에 대해 북한이나 중국은 견해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초기부터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한국도 이에 반대할 입장이 아니다.
북중 간에 이견이 있을 만한 사안은 주한미군 문제다. 중국은 내심 주한미군 철수를 바라고 있지만 북한은 그렇게 보지 않고 있다. 다만 중국은 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전체 비핵화 논의의 판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핵심적인 갈등 요인으로 부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 북한의 경제발전을 중국이 진심으로 지원할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북한이 개혁개방 결심을 한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말기인 2010년이다.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통해 대규모 경제협력에 합의하고 황금평·위화도, 나진·선봉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김정일이 급거 사망한 다음 김정은은 핵개발을 권력 공고화에 이용하긴 했지만 개혁개방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장성택만 솎아내고 개혁개방은 그대로 유지했다.
과거 중국이 북한의 개혁개방을 지원하지 않았다는 시각도 단견이다. 북한이 2013년 핵개발에 나서자 대북제재에 가담하면서 개혁개방을 지원하기가 여의치 않았던 것뿐이다. 중국은 북한에 핵만 없으면 돕겠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노후화된 중화학 기지로 장기 저발전 상태인 동북 3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북한과 협력하는 방법 밖에 없다. 동북 3성을 남한까지 연결시킬 수 있다면 중국은 북한의 개혁개방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런 중국을 끌어들이는 것을 보면 냉철한 현실주의자라는 판단이 든다.
- 북한의 개방으로 인한 체제 이완이나 동요 가능성은.
▲ 우리는 인정하지 않지만 북한 주민 입장에서 김정은 정권은 정통성을 인정받고 있다. 또 중국이 개혁개방으로 30년 고속성장을 했지만 공산당 체제는 약해지지 않았다. 북한에는 이미 벤치마킹 대상이 있는 셈이다. 북한의 체제 이완 가능성은 김 위원장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예단할 수 없는 문제다. 앞으로 집단 지도체제 수준의 안정성을 가질 수 있을지 여부는 김 위원장에게 맡겨져 있다.
북한이 경제성장을 추구하다 보면 이 안에서 다원주의를 확대해나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다원주의를 채택해야 시장경제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현재 개인숭배도 완화되는 기미가 뚜렷하고 정치국 회의 장면이 공개되듯 정책추진도 점차 절차화하고 있다. 결국 북한은 사회적 다원화가 허용된 1인 절대권력 체제에서 시장경제 발전을 추구하는 형태로 진행될 것이다.
- 북한의 개혁개방에 대한 전망은.
▲ 제재를 받지 않고 개방이 이뤄지면 북한 경제는 상당 기간 고도성장이 가능하다. 최소 10년간 매년 15% 정도 경제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남북 자유왕래도 허용될 것이다. 경제만 좋으면 북한으로 다시 가고 싶다는 탈북자도 있을 정도다.
베트남식 모델이 거론됐지만 북한은 궁극적으로 중국식 모델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권위주의 체제 속에서도 시장경제 발전을 이룩한 모델이고 베트남은 제재완화를 통해 외자 유치에 성공한 모델이다.
현재 북한은 현대 사회주의, 신흥 시장경제, 봉건 왕조체제가 혼재돼 있다. 쉽게 규정할 수 없다. 다들 북한 경제가 곧 무너질 것이라고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계속 경제성장을 지속해왔다. 김 위원장이 북한 주민을 배고픔에서 해방한다면 약간의 다원화 허용이 오히려 체제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게다가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이란, 시리아와 달리 북한은 한국과 중국이라는 존재를 두고 있다.

jo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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