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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세 멘토에 쫓겨난 비리총리…'말레이판 적폐청산' 직면
'1MDB 스캔들' 재수사 임박…일각선 해외도피 가능성도 제기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대규모 비자금 조성 의혹과 과도한 사치로 논란을 빚어 온 말레이시아 전임 총리 부처가 총선 패배로 '말레이판 적폐청산'에 직면했다.
지난 9일 총선에서 야권연합 희망연대(PH)를 이끌어 61년만의 정권교체를 이뤄낸 마하티르 모하맛(93) 신임 총리는 취임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른바 '1MDB 스캔들'에 대한 재수사를 약속했다.
1MDB는 2009년 나집 라작 전임 총리가 설립한 국영투자기업이다.
나집 전 총리와 측근들은 1MDB를 통해 최대 60억 달러(약 6조4천억원)의 나랏돈을 국외로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와 관련해 미국과 스위스, 싱가포르 등 최소 6개국이 조사를 진행 중이다.
마하티르 신임 총리는 미국과 싱가포르 등지에 은닉된 "1MDB의 돈을 대부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면서 나집 전 총리가 이와 관련해 불법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날 경우 "그 결과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나집 총리의 멘토였던 마하티르는 비자금 스캔들이 터지자 총리 퇴진 운동을 벌이다가 여권에서 축출됐지만 야당 지도자로 변신해 권토중래에 성공했다.
그는 "반드시 목을 날려야 할 이들이 있다"면서 나집 전 총리와 결탁해 1MDB 스캔들의 진상규명을 방해한 정부 당국자들의 인사 조처를 예고했다.
숙정 대상으로는 모하멧 아판디 알리 검찰총장과 말레이시아 반부패위원회(MACC) 당국자들이 1순위로 거론된다.



나집 전 총리는 2015년 1MDB의 비리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이 자신의 계좌에서 7억 달러(약 7천400억원) 상당의 돈이 흘러든 정황을 포착하자 압둘 가니 파타일 당시 검찰총장을 경질하고 측근으로 알려진 아판디 총장을 후임으로 앉혔다.
이후 아판디 총장은 발견된 돈이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의 합법적 정치기부금으로 확인됐다며 수사를 종결했다.
아판디 총장은 총선 이튿날인 10일 성명을 통해 검찰의 중립성을 강조하며 나집 전 총리와 선을 그으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마하티르 신임 총리는 "헛소리"라고 일축했다.
나집 전 총리는 가족과 친지들마저 등을 돌리면서 고립무원에 놓인 모양새다.
그의 동생인 말레이시아 2위 은행 CIMB 그룹 홀딩스의 나지르 라작 회장은 "내가 오랫동안 주장했듯 말레이시아는 대규모 재조정이 필요하지만, 구체제는 구조적 경직성과 기득권의 이해관계 때문에 이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의붓딸인 아즈린 아흐맛도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은 많은 이들이 기도해 왔던 폭정의 끝을 고한 날"이라고 말했다.
그는 1MDB 스캔들의 진짜 배후는 자신의 어머니인 로스마 만소르 여사로 해외계좌를 통해 자금을 세탁하고 금고에 보석과 귀금속, 현금을 쌓아왔다면서 나집 전 총리는 뒤늦게 이를 알았지만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2016년부터 1MDB 스캔들과 관련된 미국내 자산에 대한 압류 절차를 진행 중인 미국 법무부는 아즈린의 오빠인 리자 아지즈와 그의 친구인 백만장자 금융업자 조 로우를 주범으로 지목했다.
로스마 여사는 교사 집안의 외동딸로, 나집 총리의 연봉 10만 달러(약 1억원) 외엔 알려진 소득원이 없으면서도 다이아몬드와 에르메스 버킨백을 대량으로 수집하는 등 사치행각으로 빈축을 사 왔다.
나집 전 총리는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 총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압박도 받고 있다.
현지 일각에선 그가 해외도피를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2일 나집 전 총리는 잠시 휴식을 취하겠다면서 이날 오전 로스마 여사와 함께 인도네시아로 출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해외도피 가능성을 낮게 봤다.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의 말레이시아 정치 전문가인 제임스 친은 "나집 전 총리는 정권교체의 여파가 가라앉기까지는 국내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면서 "망명을 시도한다고 해도 중동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받아 줄 곳이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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