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당했던 매케인 "물고문 논란인물 CIA국장 인준 안돼"
"고문의 부도덕성 인정거부한 사람은 자격 없어" 직격탄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 초당적인 존경을 받는 미국 정계 거물인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이 9일(현지시간) 테러용의자에 대한 '물고문' 지휘 논란에 휘말린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 내정자에 대한 인준에 반대할 것을 동료의원들에 촉구했다고 의회 전문매체 '더 힐' 등이 보도했다.
악성 뇌종양의 치료를 위해 지역구인 애리조나에 머무는 6선 상원의원인 매케인 의원은 과거 베트남전에서 포로가 돼 고문받은 전력이 있는 인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가장 강력한 비판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매케인 의원은 해스펠 내정자에 대한 상원 정보위의 인준청문회를 지켜본 뒤 성명을 내 "우리나라가 공격받은 (9·11 테러) 뒤 이른바 강화된 심문기법들에 의존하는 결정으로 가게 된 긴급성을 이해하며, 강화된 심문기법을 사용하고 승인한 이들이 위해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기를 원했던 것도 안다"며 "그들의 딜레마와 중압감도 이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내가 누차 주장해온 것처럼 우리나라를 안전하게 하려고 사용하는 방법들은 이 세상에서 우리가 따르고 장려하기를 열망하는 가치들만큼 옳고 정당해야 한다"며 테러용의자들에 대한 물고문 등 가혹한 심문이 옹호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해스펠은 애국자이며, 직업인으로 자기 삶을 국민에 대한 봉사와 국방에 헌신했다"며 "그러나 미국인에 의한 고문의 사용을 감독하는 데 있어 해스펠의 역할은 충격적이다. 그는 고문의 부도덕성 인정을 거부한 만큼 (CIA 국장) 자격이 없다. 나는 상원이 조언과 동의의 의무를 발휘해 이 지명을 거부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병상에 있는 미 정치 거물이 대놓고 인준반대를 주장하고 나섬에 따라 해스펠은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렸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매케인 의원과 같은 당의 랜드 폴(켄터키) 의원 외에 공화당 내 반대자가 없고 민주당 존 맨친(웨스트버지니아) 상원 의원이 찬성 입장을 밝힘에 따라 인준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망했다.
CIA에 33년간 근무한 해외비밀공작 전문가인 해스펠 내정자는 2002년 태국에서 '고양이 눈'이라는 비밀감옥을 운영했으며 당시 물고문 등 가혹한 심문을 지휘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해스펠은 이날 인준 청문회에서 CIA의 과거 구금과 심문프로그램을 재개하지 않겠다는 점은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고문이 효과적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효과적이라고 믿지는 않는다"면서도 과거 심문프로그램을 통해 주요첩보를 확보한 사례를 거론했고, 이 프로그램의 비도덕성 여부에 대에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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