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서 설화·문헌 속 최치원 '완폭대 석각' 발견
하동 화개면 불임암 아래, 1천200년 전 불일폭포 감상한 바위
(하동=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1천200년 전 고운 최치원 선생이 쓴 완폭대 석각이 경남 하동에서 발견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는 역사문화자원 조사 중 경남 하동군 화개면 지리산 남부 능선에 있는 불일암 아래에서 완폭대(翫瀑臺) 석각(石刻)을 발견했다고 10일 밝혔다.
완폭대 석각은 폭 150cm, 높이 140cm 암석에 음각돼 있었다.
완(翫)자와 대(臺)는 비교적 선명하나 가운데 폭(瀑)자는 심하게 마모된 상태였다.
최석기 경상대학교 한문학과 교수는 "그간 설화와 문헌으로만 전해져 온 완폭대 석각의 실물을 발견함으로써 역사적 사실을 고증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최치원이 썼다고 전해지는 인근 쌍계석문(雙磎石門), 세이암(洗耳巖) 석각과 함께 선인들의 정신문화가 담겨 있는 의미 있는 석각 발견"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완폭대는 불일폭포를 즐기면서 감상하는 바위라는 의미로 최치원이 시를 읊고 푸른 학을 부르며 노닐었다는 청학동 설화가 전해진다.
겸재 정선의 작품으로 전해지는 불일암폭포 그림에는 절벽에 위태롭게 돌출된 완폭대 바위가 묘사돼 있다.
1611년 유학자 유몽인이 쓴 '유두류산록' 이후 청학동을 찾아 불일암과 불일폭포를 답사한 선비들의 유람록 10여 편에 완폭대 석각이 실존한다고 기록돼 있다.
그러나 이후 남주헌이 함양군수를 지내면서 1807년에 쓴 '지리 산행기'부터 완폭대에 대한 기록이 없다.
이 시기를 전후로 불일암이 쇠락하거나 지형이 변해 완폭대 석각도 흙에 묻히거나 수풀에 가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불일암 앞에 돌출된 완폭대 바위는 현재 무너져내려 옛 모습을 찾을 수 없다.
따라서 이번에 발견한 완폭대 석각은 약 200년 만이다.
신용석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장은 "완폭대 석각은 불일폭포 일원 청학동 설화가 사실에 가까움을 증명하는 유물"이라며 "앞으로도 지리산에 남아있는 역사적 흔적을 발굴해 민족의 문화자산을 온전하게 보전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choi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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