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은 심장의 '치매'(?)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심부전은 심장에서 발생한 '치매'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심부전은 심장의 좌심방에서 혈액을 받아 이를 전신에 펌프질해 내보는 좌심실 기능에 이상이 생겨 체내의 모든 기관과 조직에 대한 혈액 공급이 부족해지는 현상이다. 분자적 메커니즘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미국 존스 홉킨스대학 의대 심장전문의 질리오 아그네티 박사는 알츠하이머 치매에서 뇌세포의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응집되듯 심부전에서는 심근 세포의 데스민(desmin) 단백질 응집 현상이 나타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사이언스 데일리가 9일 보도했다.
심부전 환자와 심부전이 없는 사람의 심장 조직검사(biopsy) 샘플에서 데스민 단백질을 특수 형광염색법(fluorescent stain)으로 측정한 결과 심부전 환자의 데스민 단백질 응집이 다른 사람들보다 2배나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아그네티 박사는 말했다.
그의 연구팀은 이어 심장에서 나오는 대동맥을 외과적으로 협착시켜 심부전을 유발한 쥐를 관찰했다. 이 쥐들은 4주 만에 심장 비대, 폐울혈 같은 심부전 증상이 나타났다.
사람의 심장조직 샘플 분석에 사용한 것과 같은 형광염색법으로 측정한 결과 심부전 쥐들의 데스민 응집이 다른 쥐들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데스민은 심근 세포의 골격(지지 구조)에 해당하는 중간섬유(intermediate filament)인데 심장질환이 발생한 심근 세포에서 이 단백질이 응집되는 이유는 알 수 없다고 아그네티 박사는 말했다.
그는 다음으로 단백질 응집을 분해하는 것으로 알려진 녹차 성분인 에피갈로카테킨 갈레이트(EGCG: Epigallocatechin gallate)에 쥐의 심근 세포에서 나온 데스민을 노출시켜 봤다.
그러자 데스민 응집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EGCG는 심장병을 억제하고 치매 모델 동물의 인지기능 손상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연구 결과 나타나고 있다.
아그네티 박사는 2014년 심부전이 발생한 개의 심장에서 데스민 단백질이 응집되는 현상을 처음 발견하고 이에 관한 연구를 계속해 오고 있다.
데스민 응집은 치매의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처럼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으로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심부전의 진행을 추적하고 새로운 치료법의 효과를 테스트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심장학회(American Heart Association) 학술지 '순환 연구'(Circulation Research) 최신호(5월 11일 자)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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