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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업적' 핵합의 최대 위기…심판대 선 로하니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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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업적' 핵합의 최대 위기…심판대 선 로하니 대통령
"미국에 속았다" 보수파 거센 공세 직면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와 함께 더 강력한 대이란 제재를 선언하면서 핵협상 성사의 주역인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국민적 심판대에 올랐다.
로하니 대통령은 전임 보수 정권에서 심각해진 경제난을 디딤돌로 2013년 대통령 선거에서 예상을 뒤엎고 결선 투표없이 당선됐다.
그는 이란의 경제난이 보수 정권의 국수적 반서방 정책 탓이라고 비판하고 서방의 대이란 제재를 풀어 이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다.
강경한 보수 정권에 억눌렸던 이란의 개혁 세력과 젊은 층, 여성 유권자는 그에게 표를 몰아줬다.
2013년 8월 대통령이 되자 실제로 이 약속을 실행에 옮겼다. 중립국 오만을 메신저로 미국, 유럽연합(EU)과 핵협상을 추진했다.
대통령 취임 3개월 만인 2013년 11월 잠정합의에 이어 2년 뒤 2015년 7월 역사적으로 핵협상을 타결했다.
중동의 최대 현안이자 2002년부터 서방과 이란의 뇌관이었던 이란 핵위기가 협상과 합의를 통한 외교적 노력으로 해소됐다는 점에서 로하니 대통령이 높게 평가됐다.
로하니 대통령은 핵협상이 성사되자 은둔에서 벗어나 서방은 물론 어느 나라와도 건설적으로 교류하겠다면서 개방 정책을 천명했다.
이런 기세를 몰아 그는 지난해 5월 재선에 성공했다. 득표율은 57.1%로 초선 때보다 약 7%포인트 높았다.
보수 세력은 핵합의를 비판하고 미국과 협상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비판했지만 심각한 민생고의 돌파구를 원했던 민심을 막을 수는 없었다.
초선 때와 마찬가지로 젊은 유권자는 강경 보수성향의 상대 후보 에브라힘 라이시 대신 그를 재신임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했다.
그의 재선 직전인 지난해 1월 이란에 극히 적대적인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것이다.
선거 기간 내내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의 핵합의를 맹비난했던 그는 실제 대통령이 되자 엄포에 그치지 않고 핵합의 수정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합의에 탄도미사일을 사찰·제한하고 핵프로그램 감축·동결 시한을 없애며, 이란의 중동 내 영향력 행사를 축소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란은 주권 침해라면서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로하니 대통령으로서도 국내 여론을 고려할 때 무리한 요구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핵협상을 찬성하는 그의 지지층 가운데서도 지나치게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데엔 거부감이 크다.
군부, 종교계를 위시한 보수 세력은 핵프로그램을 감축하는 데 동의한 핵합의가 미국에 과도하게 양보했다고 비판한다.
이들은 아예 핵무장을 통해 미국, 이스라엘에 대한 억제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에 호의적이다. 게다가 미국이 겉으로 합의했다가 이란의 핵보유 능력이 거세됐다고 확인되면 바로 합의를 뒤집을 것이라고 로하니 대통령을 공격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핵합의를 위반하면서 보수 세력의 이런 공세가 현실이 됐다.
로하니 대통령으로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리게 된 것이다.
그는 기회가 날 때마다 핵합의의 성과를 부각하지만 기대했던 실업, 빈부 격차, 물가 상승 등 민생고 해결이 체감할 정도가 아니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전임 정권에서 40%를 넘나드는 물가는 10% 정도로 잡혔으나 젊은 층의 실업과 빈곤 문제는 눈에 띄게 나아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합의 위반 뒤 로하니 대통령은 유럽과 함께 자신의 최대 정치적 업적인 핵합의를 지키겠다는 쪽으로 일단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보수 세력의 공세가 더 거세지고 유럽마저 결국 미온적이 된다면 로하니 대통령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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