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핵합의 탈퇴에 유럽·중·러 "우린 지킨다" 비판(종합2보)
英·佛·獨 유감 공동성명…러 "미국 결정에 근거 없어" 맹비난
이스라엘·사우디 "대담한 결정 환영"…이란 대통령 "미국없이도 핵합의 잔류"
(뉴욕 제네바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이광철 특파원 권혜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핵합의 탈퇴 선언에 대해 이란을 포함한 합의 당사국들은 강력한 유감 표명과 함께 '합의준수'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이란과 대립하고 있는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 미국의 중동 우방국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지지를 표시했다.
9일(현지시간) AP, AFP, 로이터 통신을 비롯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2015년 7월 14일 체결한 이란 핵 합의인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에 당사국으로 참여한 영국과 프랑스, 독일은 전날 공동성명에서 이란 핵 합의를 지키기 위해 전념할 것이라면서 "다른 당사국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국가는 성명에서 이란의 핵 합의준수를 기대한다며 그 대신 유럽 국가들은 이란에 대한 제재 면제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란 핵 합의에는 이란은 물론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이 참여했다.
최근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가장 먼저 트위터를 통해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프랑스와 독일, 영국은 미국의 결정에 유감"이라며 "비확산체제가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이란의) 핵 활동과 탄도미사일 활동, 예멘과 이라크 등 중동에서의 안정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 프레임에 대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기존 핵 합의 개정을 통해 미국의 잔류를 끌어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공동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유감을 표시하는 한편 "우리는 이란 핵 합의의 지속적인 책무(약속)를 강조한다"면서 "모든 당사자가 합의의 완전한 이행과 책임감에 따라 행동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협정은 유효하다. 이 협정을 대신해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있을지는 불분명하다"며 "냉철한 머리로 다음에 이어질 조치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9일 의회에서 "우리가 함께 우려하는 문제(이란 핵)를 놓고 새로운 협상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에 대한 책임은 이제 워싱턴에 있는 그들에게 있다"며 미국이 이란 해법을 설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엔과 유럽연합(EU) 지도층도 앞다퉈 미국의 탈퇴 결정에 유감을 표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탈리아 로마에서의 회견에서 "이란이 합의 이행을 지속하는 한 유럽연합은 핵 합의의 완전하고 효과적인 이행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란 핵협정은 핵 비확산과 외교에서 중대한 업적이며, 지역 및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해왔다는 점을 지속해서 강조해왔다"면서 "핵 협정을 탈퇴하고 제재를 재개하겠다는 미국의 발표를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란의 핵협정 준수 실태를 모니터링 해온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아마노 유키야 사무총장은 "이란은 핵협정 체제 아래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핵 검증을 받고 있다"며 "이 시점까지 이란이 협정을 이행했다고 확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시리아 사태를 놓고 미국과 대치한 러시아는 성명을 내고 미국의 결정에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IAEA가 이란의 이행 실태를 정기적으로 확인했다"며 미국의 결정은 IAEA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미국이 또다시 자신의 이익을 앞세워 대부분 국가의 의견에 반하는 행동을 함으로써 국제법과 규범도 위반했다며 러시아는 다른 합의 상대국과 공조해 이란과 정치적 대화 및 상호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치조프 EU 주재 러시아 상주대표(대사)는 "러시아는 이란 핵 합의가 계속 기능하도록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도 9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결정에 유감을 표명하면서 핵협정 체제에 남겠다고 밝혔다.
이란의 주요 동맹국인 시리아는 국영방송을 통해 "다시 한 번 미국이 국제 합의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란에 대한 완전한 지지를 선언하고, 이란이 "세계와 지역의 안정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려는 미 행정부의 공격적 태도의 여파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YNAPHOTO path='PEP20180501031601848_P2.jpg' id='PEP20180501031601848' title='이란이 비밀 핵무기 프로그램을 보유 중이라고 주장하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caption='[EPA=연합뉴스]'/>
그러나 미국의 결정을 규탄하는 국제사회 전반의 목소리와 달리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들은 미국의 "담대한 결정"을 칭송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은 재앙적인 이란 핵 합의를 거부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한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면서 환영을 표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TV 연설을 통해 지지 의사를 공개 표명하면서 "이란이 핵무기를 다시 갖는 것을 막아준 당신의 헌신과 대담한 결정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우방이자 중동에서 이란과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지지하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편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란 TV에서 미국의 핵 합의 탈퇴를 '심리전'으로 규정하고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유럽, 러시아, 중국과 논의하기를 바란다"면서 "이란은 미국 없이 핵협정에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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