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유가 '동반랠리'…복잡해진 글로벌 머니무브 셈법
달러인덱스 연중 최고치…'중동 리스크' 오일머니 변수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미국 달러화와 국제유가가 글로벌 자본시장의 주요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통상 유가는 달러화로 표시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와 반대로 움직인다. 하지만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와 맞물려, 달러 강세에도 유가 오름세가 지속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0.3% 안팎 상승하며 장중 92.97을 기록했다.
달러화 가치는 최근 2주간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연중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기본적으로 달러 강세는 미국 경기의 탄탄한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 속에 채권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으면서 달러화 가치까지 밀어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달 10년물 국채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인 3%를 뚫으면서 달러화 강세 흐름에 한층 탄력이 붙은 모양새다.
유가 랠리는 시장의 또 다른 키워드다.
이날 글로벌 원유시장의 벤치마크 유종인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75달러를 돌파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2014년 이후로 처음으로 배럴당 70달러 선에 안착했다.
'달러 강세'라는 악재보다는 '이란 핵협정 위기'라는 호재에 민감하게 반응한 셈이다.
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협정을 파기하고 주요 산유국인 이란에 대해 경제제재에 들어간다면, 글로벌 원유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유가를 끌어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내일(8일) 오후 2시 백악관에서 이란 핵협정에 대한 나의 결정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한 상태다.
당장 신흥시장의 셈법이 복잡해진 모양새다. 그동안 저금리·약달러 환경에서 신흥시장으로 자금이 몰렸다면, 앞으로는 국채금리 상승과 달러화 강세라는 정반대 구도가 연출된 셈이다.
벌써 신흥시장에서 미국으로 투자자금이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본격화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신흥시장 펀드에서 자금유출이 시작됐다는 신호도 잇따라 감지되고 있다.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 체드 모건렌더는 경제매체 CNBC에 "그동안 달러화 약세로 큰 수익률을 봤던 신흥시장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유가 급등세는 차별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일부 시장에는 단기적인 호재로 작용하겠지만, 수출 주도형 시장에는 비용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아울러 글로벌 경제 전반적으로 비용 부담을 높일 수 있지만, 새로운 오일머니가 글로벌 증시에 추가적인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수급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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