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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칸영화제 관전 포인트 셋
아시아 영화 풍년…이창동 수상할까
거장·신예 감독의 조화는
25년만에 여성 황금종려상 수상자 나올까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세계 영화인들의 최고 축제 중 하나인 칸국제영화제 올해 71회 대회가 오는 8일(현지시간)부터 12일간의 항해를 시작한다.
축제 닻을 올리는 작품은 아스가르 파르하디(이란) 감독의 '에브리바디 노우즈'. 할리우드에서 활약하는 유명 스페인 배우 커플 하비에르 바르뎀과 페넬로페 크루즈 부부를 기용해 스페인에서 찍었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여성이 예기치 못한 사건을 만나면서 겪는 일을 그린 스릴러다.
파르하디는 2012년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로 베를린영화제 최고상인 황금곰상을, 2016년에는 '세일즈맨'으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과 각본상을 받았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외국어영화상을 두 차례나 받은 명감독이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아시아 감독이 타국에서 찍은 작품을 개막작으로 선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아스가르 파르하디가 현재 아시아 최고 감독이라는 점을 칸이 공인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올해 경쟁 부문에는 개막작을 포함해 총 21편이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놓고 겨룬다. 특히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 영화 8편이 포함돼 눈길을 끈다.

◇ 아시아 영화 강세…이창동 감독 수상할까
이창동의 '버닝'과 고레에다 히로카즈(일본)의 '만비키 가족', 지아장커(중국)의 '애시 이즈 퓨어스트 화이트' 등 한·중·일 주요 감독의 영화 3편이 경쟁 부문에 포함됐다. 셋 모두 칸이 사랑하는 감독들이다.
이창동 감독은 지금까지 연출한 총 6편 중 5편을 칸영화제에 소개한 칸의 단골이다. '박하사탕'은 2000년 감독주간에, '초록물고기'는 2003년 비평가주간에 각각 초청됐다. '밀양'은 2007년에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겼고, 2010년에는 '시'로 각본상을 받았다.

신작 '버닝'은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소설 '헛간을 태우다'가 원작이다.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받으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다뤘다. 이 감독은 출국 전 기자회견에서 "무력감과 분노를 품은 젊은이들이 일상에서 미스터리와 마주하는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2013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만비키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에 도전한다. 할머니의 연금과 도둑질로 연명하는 가족이 한 소녀를 집으로 들이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2013년 '천주정'으로 각본상을 받은 지아장커는 '애시 이즈 퓨어스트 화이트'로 레드카펫을 밟는다.

이란 영화는 개막작 이외에 2015년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한 자파르 파나히(이란)의 '쓰리 페이시즈'도 경쟁 부문에 올라 칸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1980년대 러시아에서 록그룹 '키노'를 이끈 빅토르 최(1962∼1990)의 음악인생을 조명한 러시아 영화 '레토'도 관심이다. 러시아 감독 키릴 세레브렌니코프가 연출을, 한국 배우 유태오가 주연을 맡았다.

◇ 거장 감독들의 귀환…여성 감독 영화는 3편
터키를 대표하는 누리 빌게 제일란은 신작 '더 와일드 피어 트리'로 두 번째 황금종려상에 도전한다. 2003년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 '우작'으로 이름을 알린 그는 2008년 '쓰리 몽키즈'로 감독상, 2011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나톨리아'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고 2014년 '윈터 슬립'으로 마침내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다.
2008년('고모라')과 2012년('리얼리티:꿈의 미로') 심사위원 대상을 두 차례 받은 이탈리아 마테오 가로네도 신작 '도그맨'으로 최고상에 도전한다.
올해 88세 프랑스 누벨바그 거장 장뤼크 고다르는 영화 '이미지의 책'으로 칸을 찾는다. 미국의 스파이크 리 감독도 '블랙 클랜스맨'으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올해 처음 칸영화제 문을 두드린 감독들도 있다. 2015년 '해피 아워'로 로카르노, 낭트 등 국제영화제서 수상하며 일본 영화 기대주로 떠오른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신작 '아사코 I&II'로 처음 레드카펫을 밟는다. 주인공 아사코가 2년 전 갑자기 사라진 남자친구와 외모는 똑같지만, 성격은 정반대인 남자를 만나며 생기는 일을 다룬 작품이다.
여성 감독 작품은 3편이 포함됐다. 쿠르드족 여성 부대원 이야기를 그린 에바 위송(프랑스)의 '걸스 오브 더 선', 나딘 라바키(레바논)의 '가버나움', 알리체 로르바케르(이탈리아)의 '라자로 펠리체'다. 1993년 '피아노'의 제인 캠피온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후 25년 만에 여성 황금종려상 수상자가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올해 칸영화제에는 지금까지 칸이 사랑한 감독과 신인급 혹은 처음 칸에 초대받은 감독이 고르게 분포해 신구세대 작품들을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fusionj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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