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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부 겨냥 엘리엇 투자피해소송…국정농단 재판이 변수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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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부 겨냥 엘리엇 투자피해소송…국정농단 재판이 변수될 듯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부당개입' 여부 판단 따라 유불리 갈릴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추진하는 가운데 아직 진행 중인 국정농단 재판이 소송 움직임에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한국 정부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하면서 삼성물산 주식을 보유하던 자신이 손해를 봤다고 엘리엇은 주장한다. 그러나 합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당시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법원 판단은 다소 엇갈린다. 남은 상급심 판결이 엘리엇과 한국 정부의 대응 논리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엘리엇은 지난 2일 발표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민연금공단까지 이어진 부정부패로 인해 엘리엇 및 다른 삼성물산 주주들이 불공정한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합병을 둘러싼 스캔들은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및 형사 소추로 이어졌고 대한민국 법원에서는 삼성그룹 고위 임원, 전 보건복지부 장관,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등에 대한 형사재판 및 유죄 선고가 잇따랐다"고 언급했다.


이는 엘리엇이 향후 ISD 제소 절차를 본격화하면 법원 판결을 공격의 주요 근거로 삼을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법원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이 합병에 부당 개입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주식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가 합병에 반대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국민연금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안건을 다루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를 인정해 문 전 장관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홍 전 본부장도 투자위원들에게 합병 찬성을 지시해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같은 형량을 받았다. 이들 판단은 지난해 11월 항소심까지 유지됐고 현재 상고심 심리 중이다.


그러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법원 판결은 다소 다르다. 이들을 기소한 박영수 특검은 합병 과정에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다는 취지의 문 전 장관 판결문까지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했지만 엇갈리는 결과를 받았다.
서울고법은 지난 2월 이 부회장의 항소심에서 최순실씨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후원금 등에 적용한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유죄가 되려면 삼성 측의 부정한 청탁이 있어야 하는데,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라는 '현안'이 없었기 때문에 '부정한 청탁'도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이 부회장이 부정한 청탁을 하지 않았다는 판단은 지난달 박 전 대통령 1심 판결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판결이 확정되면 박 전 대통령은 최소한 법적으로는 합병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하지 않은 셈이 된다.


법조계에서는 양쪽 다 상급심까지 지켜보고 유리한 판결을 근거로 공격·방어 논리를 구성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 중재 전문 변호사는 "관련 재판 모두 확정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각자 유리한 내용을 전부 모아 내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판결만 보면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의 유죄는 엘리엇에,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무죄 부분은 한국 정부에 각각 유리하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주희 국제통상위원회 부위원장은 "한국 정부는 박 전 대통령 등의 무죄 판단을 강력히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노 부위원장은 "엘리엇이 손해를 인정받으려면 가해행위와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무죄 부분이 확정되면 가해행위가 없는 셈이 된다. 유죄를 받아도 박근혜 개인의 의사결정만으로 합병이 이뤄졌는지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적폐청산을 기치로 내건 한국 정부로서는 박 전 대통령의 일부 무죄를 방어논리로 활용하는 역설적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이 엘리엇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 부위원장은 "다른 나라 정부가 사법·행정 과정을 통해 스스로 잘못을 정리하는 걸 문제 삼을 수 있는 ISD 자체의 문제이지 현 정부 적폐청산 작업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dad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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