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옹호 트럼프 "칼부림 기승에 런던병원은 야전병원 같아"
총기협회 연설서 총기 규제 비난…"총 1개만 있어도 파리테러 막았다"
"교사 총기무장안 관철"…7월 영국방문 앞두고 비하 논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교 총기참사 분노가 식어가자 또 총기규제에 대한 강력한 반감을 표출했다.
이 과정에서 영국 런던을 '칼부림 전쟁터'로 묘사해 오는 7월 영국방문을 앞두고 어떤 변수가 될지도 주목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열린 미국총기협회(NRA) 연례모임을 찾아 영국의 런던에서 발생하는 칼부림 범죄 때문에 병원이 야전병원처럼 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중 영국과 유럽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총기규제'를 운용한다고 지적하는 과정에서 이런 말을 꺼냈다.
그는 자신이 그런 글을 읽었다며 해당 병원이 어디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NRA는 개인의 총기 휴대를 옹호하는 미국의 이익집단으로 정치권에 강력한 입김을 행사하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이 없어 칼을 가진 상황에서 그 병원의 바닥은 온통 피로 흥건하고 사람들은 전쟁터의 군병원만큼이나 상황이 나쁘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설 중 '칼'이라는 단어를 언급할 때 흉기로 찌르는 흉내까지 냈다.
영국 통계청 자료를 보면 올해 런던을 중심으로 영국에서 흉기범죄가 급증한 것은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런던은 그런 상황에 익숙하지 않다가 이제 적응을 해간다"며 "상당히 힘든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설에서는 영국의 총기규제를 넘어 2015년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저지른 프랑스 파리 테러까지 거론됐다. 총기 소지가 허용됐다면 파리테러를 저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업원이나 손님 단 한 명이라도 총이 있었다면, 반대방향을 겨냥하는 총이 한 자루만 있었다면 테러리스트들이 달아나거나 총을 맞았을 것이고 (파리 테러의) 얘기가 통째로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NRA에 찬사를 보내며 수정헌법 2조가 부여하는 총기 소지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반드시 수호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학교 교사들이 고도의 훈련을 받으면 총기를 밖으로 노출되지 않는 선에서 휴대할 수 있도록 하는 자기 제안을 관철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총기규제 반대입장은 플로리다 주 파크랜드의 한 고교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이후 처음으로 다시 나왔다.
그 사건 때문에 미국에서는 강력한 총기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기폭력에 대해 NRA에 맞서겠다는 입장을 암시하기도 했으나 나중에 결국 그런 입장을 누그러뜨렸다.
그는 오는 7월 영국을 방문할 예정이라서 이날 런던을 흉물스럽게 묘사한 행위가 어떤 반응을 부를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에 영국을 방문하기로 했으나 돌연 계획을 취소한 적이 있었다. 일부에서는 영국인들의 반대 시위를 우려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는 작년에 런던 시장과 공개적으로 언쟁을 벌이면서 영국인들의 비호감을 산 적도 있었다.
런던브리지, 버러마켓에서 치명적 테러가 발생했음에도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이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촉발된 일이었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