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첫 한인 구의원 권보라 씨 "젊은층 주택문제 해결 노력"
"한인 출신 정치인 확대 계기 됐으면" 희망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아직 한인 출신 정치인이 없다고 하면 다들 놀라곤 합니다. 이제는 한국인들이 정치에 진출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여기는 분위기입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치러진 영국의 '2018 지방선거'에서 한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구의원에 당선된 권보라(39) 씨는 4일 연합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당선 소감을 묻자 이같이 밝혔다.
권씨는 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 소속으로 런던 해머스미스 자치구(borough) 레이번스코트 파크(Ravenscourt Park) 워드(ward)에 출마해 당선이 확정됐다.
워드는 영국 지방의회 구성단위가 되는 구(區)로, 우리나라로 치면 동 정도의 개념에 해당한다.
영국 지방선거에서는 인구수에 따라 워드 별로 2명 내지 3명의 지방의회 의원을 뽑는다.
권씨는 한인 밀집 지역과 떨어진 런던 서쪽의 해머스미스에서 처음으로 선거해 출마해 단번에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해머스미스는 8년간 보수당이 집권하다가 2014년 선거에서 노동당이 집권에 성공했다. 레이번스코트 파크는 올해까지 12년째 보수당 출신들이 지역의회 의원직을 수행했다.
권씨는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를 묻자 "동네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정치인을 많이 배출한 명문 런던정경대(LSE) 출신으로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았던 권씨는 노동당에 입당한 뒤 각종 선거와 정치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권씨는 부모님이 해머스미스 지역에서 식당을 운영해 2010년부터 이곳에서 살았다. 친절한 이웃주민들 덕분에 동네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면서 지역 발전을 위해 지방선거 출마를 결심했다고 한다.
영국의 지방의회 의원은 전업 정치인 보다는 본업을 갖고 있으면서 별도로 시간을 내 봉사하는 개념이 강하다.
권씨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반대 캠페인 진영에서 활동했다.
그는 "저도 한국에서 영국으로 건너왔다. 브렉시트를 찬성하는 이들은 경제적 문제를 이유로 들지만 (이민 제한 등) 인종차별적인 느낌도 주는 것이 사실"이라며 "런던은 다양한 인종이 함께 사는 곳인 만큼 소통이 계속돼야 한다는 생각에 브렉시트를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권씨는 앞으로 지역 내 주택문제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밝혔다.
런던의 주택 가격이 수년간 상승하면서 젊은층들은 런던 내 비싼 임대료 등을 감당하지 못하고 외곽으로 쫓겨나고 있다.
권씨는 "지방의회 소속이지만 런던에 속해 있는 만큼 동네 일 뿐만 아니라 브렉시트 등 큰 이슈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밝혔다.
권씨는 영국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중국이나 일본은 알아도 한국에 대해 잘 아는 영국인들이 많이 없었다며, "이제는 한류 등으로 모두가 한국을 알고 있으며, 문화 등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인으로서)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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