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국 항공사 홈페이지 '대만 표기' 간섭
中항공당국, 콴타스·아메리칸항공 등에 '경고 메일'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중국 항공당국이 외국 항공사 인터넷 홈페이지상의 대만 표기 방식에까지 집요한 간섭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CNN 방송은 3일(현지시간) 중국 민항총국(CAAC)이 호주 콴타스항공에 '경고 공문'을 보내 홈페이지에서 대만, 홍콩, 마카오가 중국과 별개의 국가처럼 인식될 수 있는 정보를 모두 제거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콴타스항공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이 같은 공문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면서 '적절한 때'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민항총국은 또 최근 미국 국적사인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델타항공에도 유사한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독립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과거 영국과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홍콩과 마카오는 중국에 반환되고 나서는 '일국양제' 방침에 따라 중국에 속한 특별행정구역으로 관리·운영되고 있다.
다만 세계 여러 항공사는 승객들이 대만, 홍콩, 마카오를 '중국 본토'와는 다른 '지역'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지역을 중국 본토와 다른 항목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일부 우리나라 국적 항공사도 국제선 예약 페이지의 국가/지역별 분류에서 '중국 대륙'과 대만, 홍콩, 마카오를 별도로 구분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 여객 시장이 날로 성장하고 있어 세계 항공사들은 중국 정부의 간섭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쉽지 않다.
중국 중산층의 해외여행 증가 추세 속에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오는 2020년이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항공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한다.
국제 항공업계가 중국 신규 노선 확보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신규 노선 배정을 좌지우지하는 중국 항공당국의 입김이 더욱 세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국은 항공 분야 외 다른 민간 업계에도 대만 표기 문제와 관련한 압력을 공공연히 행사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애플리케이션에서 대만, 홍콩, 마카오 등지를 중국과 별도의 국가로 분류했다는 이유로 최근 호텔 체인 메리어트의 홈페이지 접속을 일주일간 봉쇄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이 같은 중국 당국의 압력 행사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중국 민항총국이 여러 미국 항공사에 지시를 내린 사실을 알고 있고, 이에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우리는 중국이 항공사를 포함한 미국 회사의 웹사이트 운영에 지시를 내리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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