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납치' 베트남, 독일 이어 슬로바키아와 외교마찰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독일에 도피 중이던 베트남 기업인 납치 사건으로 베트남 정부가 독일에 이어 슬로바키아와도 외교마찰을 빚게 됐다.
독일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7월 23일 베를린의 한 공원에서 찐 쑤언 타인 전 페트로베트남건설(베트남 국영 석유가스공사의 자회사) 회장이 무장한 남성들에 의해 납치된 뒤 현지 베트남대사관을 거쳐 본국으로 송환됐다.
당시 베트남 정부는 회사에 1천억원대 손실을 끼친 혐의로 수배됐던 타인 전 회장이 자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독일 정부는 타인 전 회장이 납치됐다며 주독 베트남 대사를 불러 엄중히 경고하고 연루 의혹이 있는 베트남 정보기관 요원을 추방했다.
독일 검찰은 이어 올해 3월 이 사건에 가담한 베트남인 남성 1명을 기소했다.
이로써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주독 베트남대사관으로 끌려간 타인 전 회장이 어떤 경로를 거쳐 베트남으로 건너갔느냐를 놓고 새로운 문제가 불거졌다.
4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자이퉁(FAZ)'은 최근 보도에서 슬로바키아가 베트남에 제공한 비행기가 이용됐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FAZ는 타인 전 회장 피랍 3일 후 슬로바키아 정부 호텔에서 당시 슬로바키아 내무부 장관과 베트남 공안부 장관이 만난 뒤 슬로바키아가 정부 비행기를 빌려줬고, 이 회담장 앞에 타인 전 회장 납치에 이용된 차량이 서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슬로바키아 정부는 3일 자국 내 베트남 대사를 불러 이 보도에 대한 공식 해명을 요구했다.
슬로바키아 외교부는 성명에서 "제기된 의혹이 맞는다면 우리는 양국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사건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슬로바키아는 또 베트남 정부가 믿을만한 해명을 하지 못하면 추가적인 외교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베트남 정부는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베트남 하노이인민법원은 올해 1월 타인 전 회장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youngky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