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탁구여왕' 현정화 "27년 만의 남북 단일팀에 뭉클"
"아시안게임 단일팀도 기대…분희 언니 이번에는 꼭 만나고파"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갑작스럽게 남북 단일팀이 성사됐지만 결정되는 장면을 지켜보던 순간 가슴이 뭉클했어요. 늦은 감이 있지만 27년 만의 세계선수권에서의 남북 단일팀이 성사돼서 너무 기뻐요."
1990년대 '탁구여왕'으로 이름을 날렸던 현정화(49) 한국마사회 탁구단 감독은 3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2018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열리는 스웨덴 현지에서 여자탁구 남북 단일팀이 이뤄진 것에 감격해 했다.
한국 여자탁구는 단체전 8강 대결이 예정됐던 북한과 경기를 하는 대신 단일팀을 구성해 4강전에 나서기로 전격 합의했다.
탁구 남북 단일팀은 현정화 감독이 단일팀 멤버로 참가했던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무려 27년 만이다.
현재 세계선수권에 참가 중인 한국 선수단과 함께 스웨덴 할름스타드에 머무는 현 감독은 "국제탁구연맹은 그동안 피스컵을 여는 등 다른 종목보다 평화를 무엇보다 높은 가치로 추구해왔다"면서 "남북 정상회담 후 화해 무드가 조성되면서 좋아진 남북 선수단의 분위기도 단일팀 성사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현 감독은 남북 단일팀이 앞으로의 남북 탁구 교류에 발판이 되기를 소망했다.
대한탁구협회는 6월 평양오픈에 우리 선수들이 참가하겠다는 의향을 표시했다. 또 답방 형식으로 북한이 7월 대전에서 열리는 코리아오픈에 출전할 수도 있다.
현 감독은 오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북 단일팀 구성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만큼 탁구가 맨 앞에 서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이번에 남북 단일팀이 즉흥적으로 이뤄진 걸 보더라도 탁구는 어느 종목보다 국제탁구연맹과 남북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우리 선수들이 북한 평양오픈에 참가하고, 아시안게임에서도 남북 선수들이 힘을 모아 좋은 결과를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가 강조하는 남북 단일팀의 전제 조건은 당사자인 선수들이 피해를 보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는 "이번 세계선수권 8강에서 남북 여자 선수들이 맞붙는 상황이 생기면서 단일팀을 구성할 계기가 형성됐다"면서 "국제연맹이 남북 출전 엔트리(한국 5명, 북한 4명)를 모두 보장해주고, 입상 때 9명 전원에게 메달을 주는 등 배려를 해줬듯이 아시안게임도 그런 방식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 당시 남북 단일팀 멤버로 호흡을 맞췄던 리분희와의 재회 기대감을 드러냈다.
북한의 조선장애자체육협회 서기장을 맡은 리분희는 지난 2월 평창 동계패럴림픽 때 북한 선수단을 이끌고 방남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선수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현정화 감독은 자신이 여자단식 금메달을 땄던 1993년 예테보리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리분희와 25년 만의 재회가 무산됐다.
현 감독은 "분희 언니가 올 것으로 생각했다가 평창에서 못 만나 실망스러웠다"면서 "남북 단일팀이 구성된다면 평양이든 아시안게임에서든 다시 언니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마음이 설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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