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반도내 강대국 이익상충 해결하면 노벨상 자격 있다"
1906년 루스벨트에 노벨상 안긴 러일전쟁 중재 공로가 한반도 불행한 현대사 출발
미국 칼럼니스트, 트럼프와 루스벨트 닮은 꼴 비교하며 역사적 과제 제시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미국 공화당 소속 하원 의원 18명이 2일(현지시간) 2019년 노벨 평화상 후보자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공식 추천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현직에 있을 때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4번째 미국 대통령이 되는 길에 발을 디딘 셈이다.
실제 수상 여부는 곧 예정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에서, 의원들이 추천 이유로 든 대로 "한국전을 종식하고, 한반도를 비핵화하며, 역내 평화를 가져오는" 합의를 이루는지에 달려 있다.
현직에 있으면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미국의 역대 대통령은 시어도어 루스벨트(1906년 수상), 우드로 윌슨(1919년), 버락 오바마(2009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국제분쟁 중재와 인권신장 공로로 2002년 수상했다.
이들의 수상 이유를 들여다 보면 카터 전 대통령의 국제분쟁 중재 노력엔 1994년 방북 등을 통한 북핵 위기 해소 노력도 포함됐다.
오바마의 수상 역시 `핵무기 없는 세계'라는 강력한 비전 덕분인 만큼 넓은 의미에서 북핵 문제도 포함됐다고 할 수 있지만, 임기 내내 '전략적 인내'를 내세워 사실상 북핵 문제를 방치했으며 실제로 관련 업적은 없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제1차 세계대전과 관련, 유럽의 평화에 기여한 공로로 수상한 우드로 윌슨은 그의 민족자결주의가 당시 일본의 식민지이던 한국의 독립운동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사실 당시 그의 민족자결주의는 유럽의 패전국들의 식민지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워싱턴 포스트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본 드렐은 1일(현지시간) 이 가운데 시어도어 루스벨트를 트럼프 대통령과 닮은 꼴로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론에 진보파들의 "머리 뚜껑이 열린" 것처럼 112년 전 루스벨트가 수상했을 때도 진보층은 "꼭지가 돌았다."
"노르웨이 좌파는 루스벨트가 미국의 필리핀 정복을 완성한 '군사에 미친' 제국주의자라고 주장했다"고 노벨상 공식 웹사이트는 소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스웨덴 신문들은 `(노벨상을 만든) 알프레드 노벨이 무덤에서 돌아눕겠다'고 썼다"
"막무가내에, 부유하고, 자화자찬이 심한 뉴욕 출신 공화당 대통령"이란 점도 닮았다는 게 드렐의 우스개 섞인 비교다.
그러나 드렐의 이후 비교는 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한 한반도의 미래와 관련 매우 진지하고 엄중하다. "루스벨트의 수상 이유에서 눈여겨 봐야 할 핵심 사항은 한반도의 미래가 포함된 협정을 중재했다는 것이고, 그 100여 년 후 현 미국의 대통령 역시 같은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1895년부터 1905년 10년 사이에 한반도 지배권을 둘러싸고 중국(청나라)과 일본 간 전쟁과 러시아와 일본 간 전쟁이 일어났는데, 루스벨트는 러일전쟁을 끝내도록 중재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루스벨트가 중재한 포츠머스 조약은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지배권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그 이후 한 세대에 걸쳐 (일본의) 지배권은 점차 야만적인 점령으로 변해 갔고, 종국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의 패망으로 끝났다. 1945년 일본의 항복 후 승전국인 미국은 한반도를 소련과 함께 양분해 자신들의 완충지역으로 삼았으나, 긴장 속 공존은 실패해 1950년 야만적인 전쟁이 발발해 세계를 핵전쟁 직전까지 몰고 가기도 했으며, 아직 그 전쟁은 공식적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드렐은 지난 한반도 100여 년사를 약술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에서 평화와 비핵화, 어쩌면 궁극적인 통일의 비전까지 낳을 수 있다는 희망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얽히고설킨 한반도 역사의 실타래와 지정학엔 풀기 어려운 매듭들이 널려 있다"고 지적했다. 그 매듭을 푸는 과제는 저울 눈금 끝을 넘어버릴 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경제력이 압도적으로 우위인 남한과 김일성 가문의 북한 체제를 어떻게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의 틀로 수렴할 것이며, 한반도에서 각축하는 주변 열강들의 이익을 장기적으로 한반도의 영구분단 없이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들이다.
"중국은 1950년 11월 한국전 참전 이래 한반도에서 미국의 지배적 우위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고, 미국 역시 그동안 남한의 역동적 민주주의 구축에 막대한 피와 자금, 인적 자원을 투자했다"고 드렐은 상기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합의한 대로 `38선(남북 분단 의미)'이 닳아 없어질 때 어떻게 하면 이 두(미국과 중국의) 이익이 분리될 것인가"라고 드렐은 물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일을 진정으로, 영구적으로 해낸다면 노벨 평화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으나,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수상 자격을 말한 것일 뿐 아니라 남북한 지도자와 국민에게 던져진 과제이기도 하다.
yd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