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전문가에서 범죄자로…공군 출신 국립대 학과장의 민낯
'여성·특성화고 출신 고의 탈락' 교통대 입시 비리 주도
면접장 막말, 입찰 밀어주고 뇌물도 챙긴 '비리 종합세트'
(충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입시 면접 과정에서 갑질과 막말로 논란이 된 공군 대령 출신 국립대 학과장의 민낯이 검찰 수사를 통해 낱낱이 드러났다.
학부모들에게는 취업 전문가로 불렸던 그였지만 실상은 이런 성원을 등에 업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비리 종합세트' 그 자체였다.
청주지검 충주지청은 3일 전(前) 국립 한국교통대 항공운항과 학과장 A(56)씨를 위계공무집행방해와 입찰방해,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5∼2017년 항공운항과 입학 전형에서 여성과 특성화고 출신 지원자를 전원 배제하는 내부 지침을 세웠다.
공군이 선호하는 인문계 남학생 위주로 신입생을 선발해 공군 조종장학생 선발률을 높이기 위해 부당한 차별을 서슴지 않은 것이다.
군 장학생 선발률은 곧 취업률로 이어져 학내에서 A씨의 위상을 높이는 수단이 됐다.
A씨의 주도로 서류와 면접 점수가 조작돼 영문도 모른 채 입학이 좌절된 피해 학생은 3년 동안 무려 61명에 달했다.
이 기간 여성 지원자 41명 중 단 한 명만이 서류평가를 통과했고, 그마저도 면접에서 A씨가 '여학생은 잘 안 뽑는다'는 성차별적 발언과 함께 과락 점수를 줘 최종 탈락했다.
조종사 양성이라는 학과 도입 취지를 벗어나 공군 조종장학생 선발률만 높이면 된다는 A씨의 그릇된 편견은 신입생 면접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A씨는 지난해 말 치러진 이 학과 입시 면접장에서 수험생에게 인권 침해성 막말을 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공분을 샀다.
이 영상에서 A씨는 수험생에게 "몸이 좀 뚱뚱한 것 같은데 평상시에 많이 먹고 게을러서 그런가"라며 용모를 노골적으로 폄하했다.
또 "범죄율이 가장 높은 남자아이들은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아들들"이라며 가정환경을 비하했다.
수험생이 사는 지역을 두고 "옛날에는 빈민촌이라 똥냄새 난다고 해서 안 갔었다"는 막말을 하기도 했다.
다른 수험생에게는 "합격시켜주면 방망이를 하나 가져와. 언제든지 너를 때려도 좋다는 전제 조건으로"라며 구타를 견뎌내야 하는 것을 합격 조건으로 내세우기까지 했다.
이 학과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A씨는 신입생들을 입학 두 달 전부터 소집해 합숙을 시켰다. 군 장학생 합격을 목표로 삼았다는 것인데 사실상 학생들의 의사와 무관한 강제학습이었다.
학생들이 A씨의 지시에 무조건 따른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썼다는 증언도 나왔다.
여성과 특성화고 출신을 배제한 학생 선발과 마치 군대와 같은 강압적 학사운영으로 군 장학생 선발률이 올라갈수록 A씨의 학내 위상은 높아졌다.
학부모들 사이에선 자녀의 직장을 보장해주는 취업 전문가이자 최고의 교수로 불리게 됐다.
학내에서 영향력이 커진 A씨는 또 다른 범죄에도 손을 댔다.
검찰 수사 결과 그는 2013∼2015년 항공운항과 모의비행장치와 항공기 입찰과정에서 특정업체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납품 사양을 정해 공고하고, 경쟁업체의 투찰 예상금액을 유출해 알려준 혐의(입찰방해)도 받고 있다.
이런 대가로 A씨는 납품업체 관계자에게 6천만원을 받아 챙겼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정성이 담보돼야 할 입시 절차 과정에서 정성평가를 강조한다는 명목으로 원칙과 절차를 무시한 A씨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부동산 및 차명계좌를 동결하는 한편 향후 추징 판결을 통해 그가 받은 뇌물을 전액 국고로 환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A씨의 입시비리를 도운 대학 관계자 2명과 납품업체 관계자 2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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