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뢰더 前총리 "남북평화는 먼 과정…시작이 전부 아니다"(종합)
"어려움 헤쳐가기 위한 에너지 모아야…정치인들이 책임감 느끼길"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게르하르트 슈뢰더(74) 전 독일 총리가 남북관계에 대해 "평화조약이 마침내 체결되고, 한반도가 평화롭게 되는 날에 이르기까지는 하나의 과정(프로세스)이자 먼 길"이라며 "시작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2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남북교류 현안 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 초청으로 간담회에 참석한 그는 "(평화로 가기 위한 길에서) 많은 어려움을 헤쳐가기 위해서는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며 "협력할 것은 서로 협력하는 큰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평화로 가는 그 길에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표'가 아닌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슈뢰더 전 총리는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기까지 많은 걸림돌과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남과 북이 평화로 가는 첫발을 뗐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독일에 '길이 곧 도착지와 같다'는 말이 있다"며 "목적지로 가는 길에서 한 걸음을 뗀 것은 목적지에 도착한 것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정치인의 삶을 살아왔고,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이 시점이 한반도에 얼마나 중요한 역사적 시점인지 잘 알 것"이라며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축하했다.
이어 "한반도에서 세계 평화의 역사가 새롭게 쓰이기 시작했다"며 "독일 언론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큰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기에 한국 정치인들이 책임감을 느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가 평양시와 자매결연을 추진하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발걸음이자 프로세스가 될 것"이라며 "중앙정부 못지않게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도 밝혔다.
슈뢰더 전 총리의 발언에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은 "남북정상회담은 큰 성공을 거뒀다고 확신하며,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며 "중앙정부가 열고 있는 큰길을 지방정부, 시민사회, 민간이 따라가서 이른 시일 안에 평화가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북미정상회담까지 잘 되면 남북관계 개선이 훨씬 더 빠르고 본질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거기에 철저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간담회에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원로자문단장을 맡은 임동원 한반도포럼 명예이사장, 김연철 통일연구원장,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등 서울시 남북교류협력위원회 자문위원들도 참석해 향후 남북교류 방안을 논의했다.
위원들은 서울시가 일단 문화·체육 교류에 집중하다가 도시 간 교류로 확장해 나가야 하며, 서울-평양을 잇는 고속철도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박 시장은 서울시가 평양과 어떤 사업을 할지 시민 의견을 묻고, 함께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편, 이날 슈뢰더 전 총리의 통역으로 연인인 김소연 씨가 동석해 눈길을 끌었다.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州) 경제개발공사 한국대표부 대표인 김씨는 슈뢰더 전 총리의 통역사 역할을 하면서 그와 연인관계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김씨의 전 남편이 슈뢰더 전 총리를 상대로 1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화제가 되기도 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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