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보자고 가발에 수염…이란 남장여성들 사진 화제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이란의 몇몇 여성들이 남장 차림으로 축구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화제다.
가짜 턱수염에 가발을 뒤집어쓴 차림의 여성들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테헤란 아자디 경기장에서 열린 페르세폴리스 팀과 세피드루드 팀의 축구 경기를 관람했다.
이런 모습은 페르시아어와 영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널리 퍼져나갔다.
SNS에는 사진 속 여성들에 대해 "용감하다"며 지지를 표하는 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사진 속 한 여성은 이란 언론과 인터뷰에서 그동안 3차례나 이런 남장을 하고 경기를 관람했다고 말했다.
경기장 경비에게 적발된 적은 단 한 차례였다고 그는 덧붙였다.
여기에서 용기를 얻어 다른 여성들에게 남장 차림으로 경기를 관람하자고 독려하면서 변장 기술도 알려줬다는 것이다.
자칫 구금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왜 두려워해야 하는가? 우리가 경기장을 찾는 게 죄는 아니다"고 그는 강조했다.
사진 속 또 다른 여성은 "경기장 경비의 눈을 피했다"면서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여성이 자유롭게 경기장에 가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을 때까지 이렇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란의 경우 여성의 스포츠 경기 관람이 공식적으로 금지돼 있지는 않다.
하지만 여성의 관람이 종종 거부되는 실정을 감안 한다면 여성의 스포츠 경기장 입장은 이례적이다.
이란에서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전에는 여성의 스포츠 경기 관람이 허용됐었지만 이후에는 여성이 스포츠 경기 관람을 하다 적발되면 처벌을 받았다.
2014년 영국계 이란인 시민행동가 고첸 가바미가 이란에서 남자 배구경기를 보러 갔다가 구금됐다.
이어 지난 3월에는 축구 경기를 보려던 여성 35명이 구금됐다.
한편 지난 2월에는 여성들이 테헤란에서 열리는 주요 농구 경기를 볼 수 있었지만 남성들과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아 관람해야만 했다.
ky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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