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헌법 시행 71년…잇단 스캔들에 아베 '개헌드라이브' 힘빠졌다
아베 '헌법 9조에 자위대 명기' 추진…'2020년 시행→미정' 후퇴
여론은 싸늘…아사히 설문조사서 58% '아베 정권서 개헌 반대'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오는 3일(헌법기념일)로 일본 헌법 시행 71주년이 되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개헌 드라이브의 향배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행 일본 헌법은 1946년 11월 3일 공포돼 1947년 5월 3일에 시행됐다.
일본의 2차대전 패전 후 미군정 당시 연합군총사령부(GHQ) 주도로 만들어진 이 헌법은 군대 보유를 금지해 전쟁을 일으킬 수없도록 했다는 점에서 '평화헌법'으로 불린다.
헌법 9조는 '국권의 발동에 의한 전쟁 및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영구히 포기한다'(1항)는 내용이 들어있다.
또 '전항(1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육해공군 및 그 이외의 어떠한 전력도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은 인정하지 않는다'(2항)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럼에도 일본은 사실상 군대조직인 자위대를 두고 있다. 상당수의 헌법학자가 자위대의 위헌소지를 지적해 왔다.
이에 아베 총리는 지난해 헌법기념일에 개헌추진 모임에 보낸 영상 메시지를 통해 9조에 자위대 보유 근거를 두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헌안을 제시했다.
이후 아베 총리는 국회 답변이나 기자들과의 문답 과정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개헌 의지를 다졌다.
그러나 이후 불거진 모리토모(森友)학원, 가케(加計)학원과 관련된 특혜 의혹인 사학스캔들에 휩싸이며 아베 총리의 지지율이 급락했고, 이는 개헌추진 동력의 약화로 이어졌다. 야당도 개헌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아베 총리는 지난해 10월 중의원 해산에 이은 총선 카드로 승부를 걸었다.
당시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로 위기의식이 고조되며 표심은 여권으로 뭉쳤고 야당은 분열을 거듭하며 아베 총리는 압승했다.
이에 아베 총리의 개헌 드라이브는 다시 시작됐고, 여당도 아베 총리가 제시한 내용을 중심으로 개헌안을 압축했다.
그러나 올들어 지난 3월 재무성의 문서조작 사태 등이 불거지는 등 2차 사학스캔들이 정국을 강타하며 개헌 드라이브가 급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언론과 야권이 연일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며 아베 총리와 여권은 이를 방어하는데 급급해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개헌은 여론의 관심에서도 멀어졌다.
실제 아사히신문이 지난달 유권자 1천949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아베 정권 아래서 개헌을 하는데 찬성하는 의견은 30%로 1년 전 38%보다 8% 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아베 정권에서 개헌하는데 반대하는 의견은 58%로 1년 전 50%에 비해 8% 포인트 올라갔다.
또 아베 총리의 지론인 헌법 9조에 자위대 조항을 두는데 대해서도 반대가 53%로 찬성(39%)를 크게 상회했다.
개헌의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필요없다' 49%, '필요하다' 44%로 부정적 견해가 약간 많았다.
헌법 9조 개정에 대해서도 찬성(42%)보다 반대(63%)가 크게 우세했다.
아베 총리는 전날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개헌 스케줄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우선 확실하게 논의를 심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초 아베 총리와 '자민당은 연내 개헌안 발의-2020년 시행'이란 목표를 제시했지만 싸늘한 여론에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발 물러선 것이다.
그는 같은 날 도쿄에서 개헌추진 의원모임이 연 집회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서도 "헌법 9조에 자위대를 명기해 위헌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것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책무"라고 거듭 주장했다.
그러나 야권과 시민단체는 헌법기념일을 맞아 도쿄 등지에서 개헌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준비하는 등 아베 총리의 개헌 드라이브가 실현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은 상황이어서 주목된다.
choina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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