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비핵화 밑그림 그렸나…기대 커진 '조기수확'
폼페이오 "CVID 방법론 논의"…북미정상회담 비핵화 사전조율 진전 시사
연내 종전선언·보유핵 일부 폐기 성사될까…조기 제재해제 경계 시각도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북미정상회담에서 다룰 북한 비핵화와 관련, 사전 논의에 상당한 진전이 있음을 예상케 하는 발언들이 미국발로 잇달아 나와 주목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달 초 극비리에 방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났을 당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의 방법론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했으며,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진짜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29일(현지시간) ABC 방송 인터뷰에서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 발언은 자신의 비밀 방북 등 계기에 북한의 비핵화가 핵물질 생산 시설 뿐 아니라 보유중인 핵무기와 핵물질까지 폐기하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점에 양측이 의견일치를 봤으며, 그 실행을 위한 로드맵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선 핵폐기, 후 보상'의 리비아 모델을 강조해온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같은 날 "우리는 2003~2004년 리비아모델에 대해 많이 염두에 두고 있지만 (북한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며 보다 현실적인 언급을 한 것도 북미간 논의의 진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었다.
여기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8일 "북한과의 회동이 오는 3∼4주 이내에 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비핵화 등 의제를 둘러싼 사전 협의가 무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추론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가는 북핵과 관련한 '조기 수확'(early harvest)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조기 수확'은 북한의 1차 핵실험(2006년 10월) 이후 북핵 협상이 재개된 2007년 북한의 핵시설 동결 등 초기단계 비핵화 조치부터 조기에 달성함으로써 상호 신뢰를 구축하자는 취지로 쓰인 말이지만 지금은 동결 수준이 아닌, 그보다 크고 획기적인 조치를 조기에 달성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미 북한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 핵실험장 폐기 등 핵동결의 초기적 조치들을 선제적으로 취하기로 한 상황에서 북미정상회담 때 '일괄타결식' 비핵화 로드맵을 만든 뒤 이른 시기에 중대한 비핵화 이행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기대가 번지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대북 문제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미국 정부 당국자들의 말은 과거처럼 비핵화 과정을 길게 끄는 것은 너무나 싫고, 단숨에 아주 빨리 진행하고 싶어하는 속내를 담은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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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미국에 핵무기와, 핵물질 생산 프로그램의 포기 약속을 한 것 같다"며 "만약 ICBM의 즉각적 폐기, 미국인 억류자 송환, '2년내 완전한 비핵화' 등을 북한이 약속했다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국내정치적으로 큰 승리를 얻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로 핵시설 동결과 더불어, 기존에 보유중인 핵무기와 핵물질 일부를 폐기하는 조치를 북한이 취하길 기대하고 있다. 핵동결-검증-핵시설 폐기-보유핵무기 및 핵물질 폐기 등의 일반적 수순을 밟을 경우 장시간이 걸리는 만큼 마지막 단계로 여겨지는 보유 핵무기·핵물질 폐기 조치를 초기단계에서 일부 시행하면 신뢰구축과 협상 동력 창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이에 대해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는 남북정상회담 전날인 26일 대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서 '내가 핵무기를 몇 개 보유하고 있다. 미국이 와서 확인을 하고 그 중 우리가 몇 개를 폐기하겠다'는 정도의 말만 해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을 포괄적으로, 신속하게 굴려 나간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합의인 '판문점 선언'에 대한 설명자료에서 청와대는 "빠른 시일 내에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며 평화협정에 대해 "최대한 빨리 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는 등 '속도전'을 예고했다.
판문점 선언이 '연내 종전선언'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인 오는 7월27일을 즈음해 중대한 비핵화 조치와 종전선언이 이뤄질지 관심을 끌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북한의 최근 과감한 행보에 제재 해제 기대가 내포돼 있다며 가역적인 비핵화 조치에 중대한 제재 해제로 보상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범철 센터장은 북한과의 합작사업 설립·유지·운영과 섬유수출을 전면 금지함으로써 북한의 대외경제 활동에 큰 제약을 만들어 놓은 안보리 결의 2375호(작년 9월 채택)를 해제할 경우 "주도권이 미국에서 북한으로 넘어갈 것"이라며 "최소한 북핵 검증단계까지는 안보리 결의 2375호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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