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개발하려면 먼저 철도·도로 등 인프라에 151조 투자해야"
"총 개발비용 20년간 540조"…금융위, 4년 전 보고서에서 추정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 '판문점 선언'으로 남북의 화해·협력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한반도 통일비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판문점 선언이 경제 협력 등 북한 개발 문제를 구체적으로 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교통 인프라 연결과 2007년 10.4 선언에 합의된 경협 사업 추진 등 앞으로 진행될 과제에 대한 실마리를 남겼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원회가 2014년 11월 작성한 '한반도 통일과 금융의 역할 및 정책과제' 보고서가 주목받고 있다.
4년전 박근혜 정부 시절 작성된 것이기는 하나 통일이나 통일을 전제로 한 경협, 자금 조달 문제 등을 정부 차원에서 진지하게 언급한 보고서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신제윤 당시 금융위원장이 직접 발표한 이 보고서에서 금융위는 남북의 통합에 앞서 북한 개발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북한 개발을 위한 재원 규모로 총 5천억달러(한화 약 540조원)를 설정했다. 이는 북한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20년간 1만달러로 끌어올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다.
금융위는 특히 북한 내 인프라 육성에 1천400억달러(151조원)이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철도에 773억달러, 도로 374억달러, 전력 104억달러, 통신 96억달러, 공항 30억달러, 항만 15억달러 등 순이다.
인프라는 한국의 2% 수준에 불과한 낙후된 북한 경제를 개발하는 첫 단추다. 이동이 편해야 인력·자원이 원활하게 투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판문점 선언에서 경협 사안 중 유일하게 철도·도로 연결 문제가 거론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고 현대화해 물류가 흐를 길을 먼저 뚫겠다는 의미다.
물론 금융위의 당시 보고서는 북한 전역의 인프라 육성에 필요한 비용이므로 이번에 언급된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에 필요한 비용에 비할 바 아니다.
금융위는 당시 보고서에서 북한의 산업발전을 도모하는데 필요한 비용으로 350억달러(약 38조원)를 추정했다. 농림수산업과 광업, 전기·전자공업과 경공업뿐 아니라 경제특구와 산업단지를 개발하는 데 투입되는 비용을 합한 값이다.
이는 역시 북한의 전반적인 산업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비용이지만 10.4 선언에 합의된 사업과도 상당 부분 연동돼 있다.
당시 남북 10.4 선언에서는 경제협력을 위한 투자를 장려하고 기반시설 확충과 자원개발을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해주지역과 주변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경제특구건설과 해주항 활용, 민간선박의 해주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 개성공업지구, 문산-봉동간 철도화물수송, 개성-신의주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 안변·남포에 조선협력단지 건설 등 사업 내용이 당시 합의문에 담겨 있었다.
금융위가 당시 추정한 비용이 통일 전후 20년간 북한 경제를 일정 궤도를 올려놓는 데 필요한 전반적인 비용을 모두 추산한 것이라면 판문점 선언과 10.4 선언에 언급된 과제는 그 일부인 셈이다.
금융위는 당시 총비용 5천억달러를 조달할 4가지 방식을 제시했다.
우선 정책금융기관이 개발재원의 50~60%인 2천500억~3천억달러를 조달하고 수익성이 확보된 프로젝트나 경제특구개발 등에는 민간 투자자금으로 1천72억~1천865억달러를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북한 경제개발에 따른 세수 3천300억달러 중 1천억달러를 개발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개발단계에서 북한이 초기 10년간 연평균 8%, 후기 10년간 10% 성장한다고 가정하고 한국의 세율(26%)을 적용해 산출된 액수다.
이밖에 조달 가능한 공적개발원조(ODA)로 14억달러, 국제기구 지원 156억달러 등 170억달러를 추산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고서는 2014년에 작성돼 현 상황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 "판문점 선언이 나왔지만 금융위 단계에서 경협 등 이슈를 따로 논의하는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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