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 상실? 일시적 부진?…1분기 주요국 경기회복 '주춤'
미국 이어 영국·프랑스 등 유럽도 성장률 둔화
중국도 제자리…"일부 국가선 긴축 늦출 수도"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작년부터 회복세를 타던 주요국 경기가 올해 들어 주춤하는 모습이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 등이 경기회복의 불씨를 가까스로 살려냈지만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미중 무역갈등, 글로벌 수요부진 등에 막혀 성장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시적 현상일 뿐 중장기 회복 추세가 꺾인 것으로 보기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하지만 일부 국가의 중앙은행은 꺼내 들 시점을 고민하던 '긴축' 카드를 다시 집어넣고 당분간 경기부양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29일 블룸버그 집계 등에 따르면 세계 경제 최강국인 미국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율 2.3%를 기록해 지난해 4분기(2.9%)보다 둔화했다.
연간으로 봐도 지난 2016년 1.5%에서 지난해 2.3%로 껑충 뛰었다가 꺾인 추세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목표로 내건 3% 성장에도 노란불이 켜지게 됐다.
이같이 미국 경기가 주춤한 것은 소비 지출이 줄어든 탓이다. 지난해 4분기 4% 증가했던 소비 지출은 1분기 1.1% 늘어나는 데 그쳐 약 5년 만의 최저치를 보였다.
연말 블랙프라이데이를 낀 쇼핑 대목이 끝난 데다 2월 초 뉴욕 증시 폭락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됐던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에서도 부진한 성적표가 속속 나오고 있다. 영국의 1분기 GDP가 0.1% 증가하는 데 그쳐 2012년 4분기 이후 5년여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이는 시장 예상치(0.3%)를 밑도는 것으로, 건설 부문이 3.3% 감소하며 성장세의 발목을 잡았다.
이에 따라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통화 긴축 카드를 꺼낼 시점에도 변수로 등장하게 됐다.
BOE가 작년 11월에 이어 오는 5월께 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경기 부진으로 인해 인상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즈호은행의 네일 존스는 "지금으로 봐서는 5월이 BOE의 의제에서 탈락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1분기 GDP 성장률도 0.3%에 그쳐 지난해 4분기(0.7%)보다 움츠러들었고, 시장 예상치(0.4%)도 밑돌았다. 수출이 지난해 4분기 2.5% 증가했다가 1분기엔 0.1% 줄어든 것이 상승세를 깎아 먹었다.
오스트리아도 1분기 GDP가 0.7% 성장하는 데 그쳐 전 분기(0.8%)보다 다소 둔화했고, 스페인은 0.7%로 전 분기와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이처럼 1분기 성적표에 줄줄이 먹구름이 드리우면서 지난해 불씨가 붙었던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올해 들어서 동력을 상실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거시경제 분석 회사인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스티븐 브라운은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페인의 지표로 볼 때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성장률이 0.6%에서 0.4%로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시아도 상황이 밝지만은 않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이 6.8%(전년 동기 대비)로 지난해 4분기와 같았으나 연간으로는 지난해 전체(6.9%)보다 둔화했다.
다만 한국은 1.1% 성장하며 작년 4분기 -0.2%에서 플러스로 돌아섰다.
일본은행은 물가상승률이 목표에 못 미치자 지난 27일 통화정책 결정회의에서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올해 물가전망치를 낮췄다.
2분기에도 글로벌 경기엔 복병이 산적해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금리 인상을 총 4차례 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신흥국에 자금 유출 등의 타격을 줄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 관세 폭탄을 주고받으며 날을 세우고 있는 점도 각국 교역량을 연쇄적으로 위축시켜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금융 시장에도 불안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지난주 미국 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가 4년 만에 처음으로 3%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채권 금리 상승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을 늘리고 임금, 투자, 배당 등의 여력을 줄이는 탓에 경기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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