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언] "65년만의 첫 만남 실현되나"…재미이산가족 '간절한 기대'
재미이산가족상봉추진위원회 이차희 사무총장, 백악관 순차적 물밑작업 진행 시사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남북 정상이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한반도 냉전을 종식시키고 영구적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로 합의한 날, 이곳으로부터 약 1만km 떨어진 곳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린 이들이 있다. 재미(在美) 이산가족.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단 한 번도 북한의 가족들과 만날 기회를 가져보지 못하고 65년 세월을 보낸 이들이다.
재미이산가족상봉추진위원회 사무총장 이차희(78)씨는 27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미국시간 오늘 새벽)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이 발표된 후 설레임을 안게 된 재미 이산가족들로부터 전화가 쇄도해 잠을 설쳤다"고 말했다.
이씨는 "남한과 북한의 이산가족들은 (1985년 9월 이후) 공식적으로 대면 상봉 21차례, 화상 상봉 7차례 기회를 가졌지만, 재미 이산가족들은 그런 기회마저 단 한 차례도 갖지 못했다"며 이번엔 반드시 결실이 있기를 기대했다.
시카고 알바니팍 공립 도서관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0년, 재미 이산가족 문제를 미국 의회에 처음 알리고 해결을 위해 지금까지 꾸준히 노력해온 이씨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남북한 정상이 만난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한반도 평화 정착과 종전 가능성이 이만큼 높았던 적은 없었고, 이같은 상황에서 미북 정상이 곧 만나게 됐으니 너무나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했다.
그는 이산가족 다수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생존자들은 초고령인 점을 상기하면서 "이번 기회에 재미 이산가족의 북한 가족 상봉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절실함을 표현했다.
이씨는 수 년 전부터 이민 2세대 주축의 재미 이산가족연합 'DFUSA'(Divided Families USA)과 함께 일하고 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인 작년 봄, DFUSA 회원들과 함께 국무부 고위층 인사(비공개)를 만나 계획을 논의한 뒤 7월 국무부에 이산가족 상봉 신청서를 다시 제출했고, 12월 초에는 백악관에 들어가 프리젠테이션을 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미북 관계 개선 및 재미 이산가족의 북한가족 상봉을 위한 물밑작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해왔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백악관 프리젠테이션 당시) 여러 질문이 쏟아졌고, 그간 진행된 남북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 재미 한인들이 제외된 이유 등에 대해 답했다"며 한국과 북한의 이산가족 합의서에 '미국 시민권자는 예외로 한다'는 조항이 있어 재미 이산가족들은 남북이산가족 상봉 협상 대상에서 아예 제외돼왔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북한 가족 상봉을 원하는 재미 이산가족 가운데 8명은 북에 자녀가 있다"면서 "시카고에 사는 이은진 할머니(94)의 경우 한국전쟁 당시 두 살, 다섯 살, 일곱 살이던 아이들을 북에 두고 왔다. 눈감기 전에 자녀들의 얼굴 한번 보고 싶은 것이 그 분의 마지막 소원"이라고 사연을 전했다.
그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DFUSA 측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재미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고, 3주 전쯤 이 편지의 사본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백악관에 보냈다고 밝혔다.
이씨는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서는 비핵화 논의와 함께 인권 문제도 다뤄져야 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조만간 열릴 미북 정상회담에서 재미 이산가족의 북한 가족 상봉의 꿈을 반드시 이뤄주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그는 "재미 이산가족 문제는 한국전쟁 참전 미군 유해 송환과 함께 미국 시민권자의 북한 관련 인권 문제의 최우선 과제이고 생존자를 기준으로 보면 가장 절실한 문제"라고 힘주어 말했다.
본인 역시 이산가족인 이씨는 남북 정상의 종전 의지에 대해 "오빠 4명이 있다. 한국전쟁 당시 1명은 인민군으로 나머지 3명은 한국군으로 참전했다"며 "형제가 서로 적이 되어 총부리를 겨누고 싸우는 일이 이제 다시는 없어야 한다. 더이상 이산가족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말미에 이씨는 DFUSA가 재미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접수를 '직접 상봉'과 '화상 상봉'으로 나눠 받고 있다면서 이산가족들에게 등록을 당부했다.
chicagor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