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너서클'(핵심인사)로 알려진 러시아 신흥재벌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경제 제재 압박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러시아 최대 알루미늄업체 루살의 올레크 데리파스카 회장이 런던 증시에 상장된 모기업 EN+에 대한 보유 지분을 줄여 루살 지배권을 포기할 계획이라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데리파스카 회장이 자신의 EN+ 지분 70%를 50% 아래로 감축하고 이사진에서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또 EN+는 루살 최고경영자 임명권과 경영권을 포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데리파스카 회장과 그레그 바커 EN+ 회장이 지난 2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이같이 합의했다.
데리파스카 회장이 15만 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전 세계에 있는 자산이 있는 자신의 회사를 구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앞서 미 재무부는 6일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시리아 정부 지원, 서방선거 개입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러시아 정부 관료 17명은 물론 푸틴 대통령과 가까운 데리파스카 회장 등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 7명과 루살 등 12개 기업을 제재한다고 발표했다.
루살은 세계 2위 알루미늄 생산업체로, 미 정부의 제재 발표 이후 알루미늄 가격이 공급 차질 우려로 폭등하는 등 국제 원자재시장이 요동쳤다.
FT는 데리파스카 회장의 이번 결정이 트럼프 정부에 큰 승리를 안겨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가 데리파스카 회장의 결정을 지지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FT는 전했다. 푸틴 대통령과 연계된 다른 신흥재벌에 대한 미 정부의 압박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주 러시아 정부는 미 제재로 경영 위기에 처한 루살을 한시적으로 국유화해 지원하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지난 23일 루살에 대한 제재 해제 조건은 데리파스카 회장이 루살 지배권을 양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 재무부는 데리파스카 회장의 이번 결정이 제재 해제로 이어질지 답변을 피하며 제재 해제 요청이 들어오면 철저히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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