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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 강원 접경지 침체 벗고 마침내 '기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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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 강원 접경지 침체 벗고 마침내 '기지개'
'분단의 상징→평화의 성지' 탈바꿈…접경지 기대감

(화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접경지역이 평화지역으로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강원도 최전방 접경지역에 사는 김충호 화천군 번영회장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분단 이후 70년간 인적이 끊긴 비무장지대(DMZ) 주변 삭막했던 접경지역에 다가온 변화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이다.
특히 DMZ 안보관광지에 의지한 최전방 접경지역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희망의 기운으로 넘치고 있다.
반세기 넘게 멍에처럼 짊어진 DMZ이라는 철책을 내려놓지 못했던 접경지가 마침내 짐을 훌훌 털고 '기지개'를 펴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군사시설보호구역과 환경규제 등 이중·삼중의 규제로 첩첩산중 '산골도시'를 벗어나지 못한 '군사도시'가 평화의 도시로 탈바꿈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DMZ를 접한 특수성으로 사업기반이 전무했던 접경지는 남과 북의 대치로 긴장 수위가 높아질 때마다 지역경제는 '쑥대밭'이 됐다.
자연스레 주민이 정든 고향을 떠나고, 지역경제는 '개점휴업'하는 공동화 현상이 지속했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 판문점 선언에 있는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라는 문구는 접경지역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당장 도내 접경지 안보관광지는 남북정상회담이 확정된 이후 어느 때보다 많은 관광객 발길이 이어져 '새 시대'를 예고했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곳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손꼽아 기다린 고성지역이다.
금강산 관광의 연결 통로인 동해선 육로와 철도를 연결하고 활용한다는 판문점 선언은 그동안 굳게 닫혀있던 관광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금강산 관광은 2008년 7월 관광객 피격사망 사건으로 중단된 이후 10년을 넘겨 지역 전반에 큰 악영향을 끼쳐 왔다.
관광객들을 상대로 영업했던 이 일대 식당과 상점이 줄줄이 문을 닫고 폐업해 마을은 그야말로 폐허가 되다시피 했다.
한겨울 같았던 마을 분위기는 동해안 최북단 관측소인 717OP(금강산 전망대)가 28일부터 한시적 개방을 시작으로 변화의 신호탄을 알렸다.
다음 달 13일까지 이어질 이번 개방에는 관광객이 갈 수 있는 통일전망대보다 더 북쪽에 있다.
이 때문에 비무장지대 호수인 감호를 비롯해 동해선 육로와 철도 등 앞으로 달라질 북한지역을 자세히 만나 볼 수 있다.
하루 2회 이뤄지는 717OP 출입은 매회 80명 선착순으로 제한됐지만, 견학 희망자가 이어지고 있다.
화천지역도 2009년 조성한 평화의 댐 일대 세계평화의 종 공원이 그동안 침체를 벗어나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종 공원에는 29개국의 분쟁 현장과 6·25 한국전쟁 당시 사용된 탄피를 모아 만들어진 무게 1만관(37.5톤)의 초대형 범종이 자리 잡고 있다.
종 위에 만든 비둘기 조형물에 날개를 떼어내 공원에 따로 보관하고 있다.
이는 통일이 이루어지는 그날 이 날개를 붙여 온전하게 타종하기 위해서다.
최근 평화를 염원하며 이 종을 타종하려는 발길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최근 일주일 사이 400여 명의 관광객이 찾아 타종료 500원을 내고 평화의 종을 울렸다.
인근에 조성한 '국제평화 아트파크'도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화천군이 2009년부터 38억원을 들여 주변 1만2천여㎡ 부지에 전투기와 전차 등 군 장비와 휴전선 등 30여 점의 조형물을 설치했다.
평화의 댐을 중심으로 관광벨트를 구축해 이 일대를 평화의 성지로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2015년 9월 완공한 뒤 편의시설을 보강해 2016년말 새단장했지만, 관광객이 발길이 뜸해 어려움을 겪어 왔다.
평화의 댐 관광객이 늘어나면 애물단지 처지에서 새로운 명소로 각광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이곳과 연계한 국민가곡 '비목'의 무대이자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인 중동부전선 백암산 일대 관광시설 사업도 주목받고 있다.
비무장지대를 한눈에 조망하는 관광시설을 만드는 '평화생태특구'다.


이 사업은 백암산 일대 7만여㎡ 부지에 2.12km의 로프웨이(케이블카)와 생태관찰학습원(99㎡), 파로호 선착장 등을 조성하는 것이다.
2004년 타당성 조사이후 환경과 민통선 출입문제로 2014년 착공했다가 또다시 예산 확보 등으로 매년 미뤄져 왔지만, '남북 훈풍'에 연말이면 완공된다.
산 정상에서 냉전 유물인 북한의 금강산댐과 남한의 평화의 댐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다.
양구 동면에 있는 DMZ 야생동물생태관과 군사분계선(MDL)에서 불과 1.2㎞ 떨어진 해안면 제4땅꿀에도 관광객의 발길이 평소보다 늘어날 것에 보여 손님맞이 채비에 분주하다.
한국전쟁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겨진 철원지역은 평화분위기가 일찌감치 감돌고 있다.
철원군 옛 북한노동당사에서는 '봄이 왔나 봄!'을 주제로 철원지역 40여 농가가 참여한 직거래 장터가 개막해 29일까지 열린다.
철원산 농특산물과 가공식품, 봄나물, 먹거리, 수공예품 등이 늘어섰고 썰렁하기만 했던 노동당사는 오랜만에 발길이 몰렸다.
관광객은 한국전쟁 당시 포탄과 총탄 자국이 고스란히 남은 노동당사도 둘러보며 평화 분위기를 만끽했다.


녹슨 기차만 남아 있어 분단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옛 철원역과 월정리역에도 북한땅으로 이어질 경원선 열차를 꿈꾸는 관광객 발걸음으로 활기가 넘친다.
판문점 선언은 최전방 능선을 따라 이어진 험준한 고개와 군사분계선의 긴장감을 온통 초록빛 봄기운으로 채색했다.
남과 북이 그동안 총을 겨누고 있던 살벌했던 현장은 거대한 DMZ 평화 유산으로 대전환점을 맞았다.
ha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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