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수십년 불신 녹일까" FT '평화협정 전망' 조명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27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서울발 기사에서 평화협정이 한반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정전 상태인 양측이 종전협정을 체결하면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양측이 개별 정부를 수립한 이래 처음으로 서로를 합법정부로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으로 전망했다.
캐서린 웨더비 고려대 역사학자는 "양측은 1948년 이래 각각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주장해왔기 때문에 양측으로서는 서로를 인정한다는 것은 엄청난 심리적 변화를 의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지도상에서 한반도 전체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표기해온 북한의 경우 종전협정이 더욱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웨더비는 "평화는 그들의 나라가 갑자기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종전협정이 예기치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반도 평화체제는 곧 미군의 한국 주둔과 한미 양국 군사동맹을 정당화하는 이론적 근거가 사라지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글로벌 방위의무를 도매금으로 재고하는 상황에서 예측 불가능성을 초래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전쟁 이래 미국에 대한 적개심으로 뭉쳤던 북한 사회가 방향성을 잃고 혼란에 빠질 수도 있다.
한반도가 공식적으로 종전하면 북한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FT에 따르면 북한은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25%가량을 국방비로 쓰고 있다. 그에 비해 한국은 GDP의 2.5%, 중국은 2% 수준에 그친다.
남북이 평화협정을 체결하게 되면 북한은 국방비로 쓰이던 예산의 상당 부분을 민간 영역으로 돌릴 수 있게 된다.
일각에서는 남북한 양측이 완전한 협정을 체결할 필요 없이 단순히 적대관계를 청산하겠다는 양측의 합의만으로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여전히 북한이 평화협정 추진 배경을 비핵화로 진전하기 위한 논의를 피하려는 술책으로 보는 비관적인 시각도 있어 수십년간 쌓인 불신을 뛰어넘기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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