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A'부터 '공작'까지 분단현실을 다룬 영화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27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분단 현실을 다룬 한국영화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분단이라는 특수상황 때문인지 한국영화에서 북한은 단골 소재였고, 당시 사회정치적 지형을 반영하며 변주돼왔다.
특히 북한 소재 영화는 우리의 현실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민족애·인류애·평화와 같은 가치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내 공감을 얻었다.
1960∼70년대까지만 해도 계몽적인 반공영화 위주였던 북한 소재 영화는 1999년 '쉬리'(강제규 감독)의 등장으로 흐름이 바뀐다.
남한에 침투한 북한의 특수요원과 남한 정보기관 요원의 대결을 그린 '쉬리'는 582만 명을 동원하며 당시로는 블록버스터급 흥행을 기록했다. 북한 소재 영화의 상업영화로서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판문점 총격사 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휴먼 드라마인 '공동경비구역JSA'(2000·박찬욱)는 한국영화에서 북한을 묘사하는 방식을 바꾼 영화로 꼽힌다. 기존에 공식처럼 등장하던 냉혈한 간첩 이미지 대신 북한군의 인간적인 모습에 초점을 맞춰고, 이런 흐름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다양한 북한 소재 영화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남북 화해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표현 영역이 넓어진 점이 일조했다.
이후 '태극기 휘날리며'(강제규·2004), '태풍'(곽경택·2005), '웰컴 투 동막골'(박광현·2005), '의형제'(장훈·2010), '포화속으로'(이재한·2010), '베를린'(류승완·2012),'고지전'(장훈·2011), '은밀하게 위대하게'(장철수·2013), 용의자'(원신연·2013), '연평해전'(김학순·2015) 등 전쟁을 전면으로 다루거나 첩보액션 혹은 휴먼코미디 형식 등으로 풀어낸 다양한 영화가 등장했다.
지난해의 경우 남북 형사 콤비를 내세운 현빈·유해진 주연 '공조'(김성훈 감독)가 연초 설 극장가에 개봉해 780만 명을 동원하는 흥행을 기록했다.
이후 박훈정 감독의 '브이아이피', 김기덕 감독의 '그물' 등도 남북문제를 스크린으로 불러냈다.
작년 12월 개봉한 양우석 감독의 '강철비'는 '한반도에 핵전쟁이 일어난다면'이라는 대담한 발상으로 주목받았다.
탄탄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남북관계와 주변 열강 모습을 설득력 있고 밀도 있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다소 무겁고 민감한 주제지만 긴장감 넘치는 첩보전과 액션, 남북요원 간 우정 등을 그려 흥행에 성공했다.
올해도 '공작'과 'PMC', '스윙키즈' 등 북한 소재 영화가 줄줄이 개봉한다.
윤종빈 감독의 신작 '공작'도 북한 핵 문제를 다룬다.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 등이 출연하며, 올해 제71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초청돼 다음 달 11일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다.
'PMC'(김병우 감독)는 판문점 30m 아래 지하 벙커 회담장이 무대다. 이곳 비밀작전에 한국인 용병과 그의 팀원들이 투입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전투 액션물이다.
강형철 감독의 '스윙키즈'는 6·25전쟁 중 거제도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탭댄스에 빠진 북한군 로기수 이야기를 다룬다.
한 영화제작자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면서 "앞으로 한반도에 훈풍이 불면서 남북관계를 다룬 한국영화들이 더 많이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fusionj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