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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역사적 첫만남… 감성레토릭 봇물에 세심 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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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역사적 첫만남… 감성레토릭 봇물에 세심 배려도

문 대통령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나…백두산 꼭 가고 싶다"
김정은 "초청해주면 언제라도 청와대에…북한 교통 불비해 민망스러울 수도"
靑 NSC 새벽 회의까지 농담에…속도감 있는 성과에 남북 한목소리

(고양=연합뉴스) 임형섭 박경준 기자 =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느냐?" "지금 넘어가 볼까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맞아 11년만에 머리를 맞댔다.
전 세계가 주목한 두 정상의 만남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65년 분단과 냉전적 대결의 역사가 짓누르는 회동의 무게에 육중한 긴장이 서렸지만, 대화는 시종 배려와 여유가 짙었다.
특히 거침없고 자신감 넘치는 행보 사이사이는 '한반도의 봄'을 확연히 체감할 만큼의 감성적이고도, 감격적인 레토릭으로 꽉 들어찼다.
시작부터 남달랐다.
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걸어 내려오는 김 위원장과 역사적 악수를 하며 "남측으로 오시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느냐"고 인사를 건네자마자, 김 위원장이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라며 곧바로 문 대통령의 손을 이끌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예정에 없던 문 대통령의 월경 이유를 전했다.
양 정상의 솔직하고 화통한 화법은 판문점 광장으로 내려오는 짧은 순간에도 이어졌다.
특히 문 대통령이 호위하는 전통 의장대를 소개하며 "약식이라 아쉽다. 청와대에 오시면 훨씬 좋은 장면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하자, 김 위원장이 "대통령께서 초청해주시면 언제라도 청와대에 가겠다"고 곧바로 화답하며 사실상 즉석에서 청와대 방문을 약속하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김 위원장의 월경부터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 데 걸린 시간은 채 10분을 넘기지 않았다.
회담장소인 평화의집으로 이동해 두 정상의 대화에 오른 첫 화제는 그림이었다.
김 위원장은 평화의집 1층 로비 전면에 걸린 민정기 화백의 북한산 그림을 보며 "어떤 기법으로 그린 것이냐" 물었고, 문 대통령이 "서양화인데 동양적 기법으로 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1층 환담장에 도착해선 문 대통령이 먼저 뒷벽에 걸린 김중만 작가의 '훈민정음' 작품을 소개하며 "(그림에 있는) 서로 '사맛다'라는 말은 서로 통한다는 뜻"이라며 "사맛다의 'ㅁ'은 문재인의 'ㅁ', 맹가노니의 'ㄱ'은 김 위원장의 'ㄱ'"이라며 그림의 뜻을 하나하나 풀어갔다.
김 위원장이 이에 웃으며 "세부에까지 마음을 썼습니다"라며 흡족함을 표시했다고 윤 수석은 밝혔다.
두 정상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회담장까지 이동 방법으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여기까지 어떻게 오셨느냐"고 물었고, 김 위원장이 "새벽에 차를 이용해 개성을 거쳐 왔다"고 설명하자 "아침에 일찍 출발하셨겠습니다"라며 자연스러운 배려의 뜻을 전했다.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지만 대화는 처음부터 묵직했다.

두 정상 모두 사전 환담에서부터 11년 만에 재개된 대화 분위기를 속도감 있게 이어가 문 대통령 임기 내 가시적 성과를 이끌어내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강하게 피력했다. 자칫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북한의 핵실험마저도 비핵화와 연결지어 농담의 소재로 오를 정도로 격의와 성역은 없었다.
당장 김 위원장이 "우리 때문에 국가안보회의(NSC)에 참석하시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셨겠다"며 수위를 넘나드는 농담을 던졌고, 이를 문 대통령이 "특사단이 갔을 때 선제적으로 말씀해주셔서 앞으로 발 뻗고 자겠다"며 비핵화와 연결시켜 부드럽게 맞받았다.
김 위원장은 또 "불과 200m를 오면서 왜 이리 멀어 보였을까, 왜 이리 어려웠을까 생각했다"며 여러 차례 강조했고, 문 대통령은 "오늘 판문점을 시작으로 평양과 서울, 제주도와 백두산으로 만남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문 대통령은 특히 "북측을 통해 백두산에 꼭 가보고 싶다"고 말했고, 김 위원장은 이에 "솔직히 걱정스러운 게 우리 교통이 불비해 불편을 드릴 것 같다"며 솔직한 고민을 토로하기까지 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평창 동계올림픽을 언급하며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고 했고, 문 대통령은 "앞으로 북측과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이 모두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윤 수석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북한에서 교통사고로 중국인 관광객이 사망한 사고를 언급하며 "수습하느라 고생이 많았겠다"면서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병원에 들러 위로하고 특별열차까지 배려했다고 들었다"며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kyungh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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