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후보지로 급부상 싱가포르, 역사적 양안중재 등 경험
중립성·검증된 보안능력 주목…美·北·싱가포르 "아직 진행상황 없어"
아시아안보회의 개최장소 '샹그릴라 호텔' 등 주목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열릴 예정인 북미 정상회담의 유력 후보지로 싱가포르가 급부상하면서 과거 싱가포르의 중재로 열렸던 역사적 회담이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세기의 담판'이 될 북미 정상회담 후보지로 스위스(제네바), 스웨덴(스톡홀름), 싱가포르, 몽골(울란바토르), 괌 등 5곳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장거리 이동 제약 등을 고려할 때 북한에서 지리적으로 먼 유럽보다는 몽골이나 싱가포르 등이 선택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특히 뉴욕타임스(NYT)는 한국과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6월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난다면 싱가포르가 가장 유력한 회담 장소라고 보도했다.
싱가포르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껄끄러운 관계에 놓였던 국가의 지도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 화해와 협력을 주선한 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특히 2015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당시 대만 총통의 역사적 첫 정상회담을 주선한 바 있다.
1949년 중국과 대만이 분단된 이후 66년 만에 처음으로 손을 맞잡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정상은 평화적 관계 발전을 논의했고 핫라인 설치에도 합의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역사적 정상회담의 싱가포르 개최 배경에 대해 역내 외교를 주도하는 강소국이자 중국계 중심의 싱가포르가 그동안 중국, 대만 양쪽과 모두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데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또 양안 간의 교류 물꼬를 튼 1993년 4월의 왕다오한(汪道涵)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 회장과 구전푸(辜振甫) 대만 해협교류기금회 이사장의 역사적 만남도 싱가포르에서 열렸다.
현지 일간 더 스트레이츠타임스는 27일 싱가포르가 지닌 중립성과 과거 대화 중재를 통해 검증된 안전 보장 능력 등이 북미 정상회담 유치 가능성을 높인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소개했다.
하지만 현지 주재 미국 및 북한 대사관 측은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로 싱가포르가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어떤 확인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미국 대사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기대하고 있으며, 전 정부적인 정상회담 준비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만 언급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싱가포르 관리들도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아직 어떠한 요청도 받지 못한 상태라는 입장이다. 현지 유명 호텔들도 관련사항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다만, 현지 호텔업계와 안보 관련 전문가들은 싱가포르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연례안보회의인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 등을 개최해온 만큼 북미 정상회담 유치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특히 북미 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열린다면 아시아안보회의와 양안 정상회의를 등을 통해 이미 보안과 의전 인프라가 검증된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이 유력한 후보지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밖에 외부 출입자를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센토사 섬의 센토사 호텔도 보안과 경호 차원에서 유리한 장소로 인식되고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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