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란핵합의 탈퇴위협, 북핵협상에 악재될라 우려"
트럼프 前정권 국제협정 '손바닥뒤집듯 수정' 논란
정책 신뢰·연속성 타격…"임시로 받는다면 누가 주겠느냐" 비판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이란 핵합의(JCPOA)에서 탈퇴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움직임이 향후 북한과의 핵협상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목격된다.
이전 행정부의 정책이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 '없었던 일'이 돼 버리면 북한도 미국과 맺을 핵 협상을 '임시 조치'로 무시해 버릴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는 게 그 논리다.
실제로 미국을 포함한 주요 6개국과의 핵협상에 이란의 최고 교섭자로 나선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직접 그 우려를 언급했다.
자리프 장관은 최근 미국 뉴욕 방문 때 "받는 게 임시적이라면 사람들은 내줄 준비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데일리비스트'는 자리프 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포함한 세계 지도자가 미국과의 협상 효력은 결국 해당 대통령 임기 동안만 지속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여길 수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고 해설했다.
이란 핵합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5년 7월 이란과 미국·영국·프랑스·독일·중국·러시아 등 주요 6개국 간에 체결된 협정이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서방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체키로 한 합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협상을 '최악'이라고 지적하며 재협상을 하지 않으면 다음 달 12일이 시한인 대이란 제재 유예를 더 연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이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자리프 장관은 "트럼프 정부는 핵 합의와 관련해 거의 모든 약속을 위반했다"며 "만약 핵 합의와 관련해 이란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사라진다면 우리도 그 합의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상황 속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24일 이란 핵 합의 수정안을 제시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큰 거래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다소 기대감을 드러냈다.
수정안은 특정 기간 후 이란의 핵 활동이 제한받지 않는 일몰조항, 탄도미사일 사찰 수단 등을 보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란 핵합의가 마크롱 대통령을 포함한 유럽연합(EU)의 중재와 함께 유지되더라도 수정이나 보완이 가해지는 까닭에 미국 정부의 외교정책 신뢰도나 연속성에 타격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미국 내에서는 이란핵합의 탈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이중적이라는 점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가 탄도미사일 개발이나 중동 내 패권행보와 같은 다른 문제를 제외한 채 핵무기 프로그램만 다룬다는 점을 비판한다는 점이 북핵협상을 앞두고 미묘한 변수로 주목되고 있다.
북한도 핵 프로그램 외에 인권탄압, 테러지원 등 국제사회에서 다수 다른 문제를 지적받고 있기 때문이다.
존 케리 전 미국 국무장관의 스태프로 일했던 데이비드 웨이드는 로이터 통신 기명칼럼을 통해 "트럼프 정부의 정책은 근시안적"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 정부와 국제기구가 애써 추진한 이란 핵 합의를 '미친 합의'라고 비판하면서 북한과의 합의는 어떻게 유지하겠느냐는 게 칼럼의 골자다.
칼럼은 "유엔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은 공들여 159쪽에 달하는 합의를 끌어냈고 핵 시설에 접근할 권리까지 얻어냈다"며 "하지만 북한은 과거 합의들을 속여왔고 IAEA에도 협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칼럼은 이란 핵합의가 핵 문제만 다루고 있기 때문에 폐기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가 틀렸다고 강조했다.
전임 정권의 무능력 탓이 아니라 핵무기 프로그램의 심각성과 국제사회의 염원 때문에 핵무기만 다루는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칼럼은 "북한과의 협상 날짜가 다가오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합의와 관련한 '수정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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