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D-1] '4강 4색'…시진핑, "주연은 우리" 역할론 띄우기
'차이나패싱' 불식 하며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 적극 개입 의지
남북ㆍ북미 정상회담→6자 회담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 유도 구상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2기 들어 절대 권력을 공고히 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반도 문제에서 '적극적 역할론'을 표방하며 남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주도적으로 평화체제를 논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는 불과 지난달 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 직전까지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 악몽에 시달렸던 상황과는 전혀 달라진 모습이다.
차이나 패싱은 과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3자회담, 6자회담 때와는 달리 남북한과 미국 등 3자 구도로 한반도 정세 급변 논의가 이뤄지면서 중국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중국의 역할론에 의문이 제기됐으나 김정은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지난달 26일 베이징(北京)을 찾아 시 주석을 만나면서 차이나 패싱 우려는 단숨에 사그라졌다.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 및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기도 전에 시 주석을 만난 것은 한반도 핵 문제 해결에 있어 중국이라는 거대한 산이 여전히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경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이 대북 관계 훼손을 불사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며 북한을 막다른 골목까지 몰아왔던 터라 결국 북한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손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김 위원장의 방중을 기점으로 시 주석은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서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나설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중국은 북중 정상회담 개최 직후 결과 전달을 이유로 한미 양국은 물론 러시아, 일본 등으로 특사를 보내고 내부적으로 한반도 문제 논의에서 중국이 빠질 수 없으며 주도해야 한다는 논리를 설파했다.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시 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한해 북중 정상회담 결과를 상세히 설명했다.
중국은 트럼프 미 행정부에 김정은 방중과 관련해 사전 통보하는 한편 북중 정상회담 결과는 물론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 등을 외교채널을 통해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이외에 러시아와 일본에도 관련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 주석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방북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것이 유력한 것도 중국 역할론을 확대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이행에 참여한 중국과 북한 간 경색됐던 관계는 김정은 방중을 계기로 사실상 화해 무드로 전환된 가운데 중국은 과거 3자회담과 6자회담 시절 의장국으로서 역할 강화에 나설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셈이다.
특히, 트럼프 미 행정부의 강력한 대중국 압박으로 미중 간에 무역·외교·안보 갈등과 대립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은 북중 관계 경색 국면을 해소함으로써 미국에 대항하는데 북한을 '전략 카드'로 활용할 뜻을 감추지 않고 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반도 종전 선언을 지지하면서 "중국은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의 사고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한반도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1일에는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담화를 통해 북한의 핵ㆍ미사일 실험 중단을 환영하면서 "유관국들이 지역 내 항구적인 평화와 공동 발전을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행동을 하기를 바라며 중국이 이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며 중국 역할론을 거듭 강조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남북 정상회담에 이은 남북·북미 정상회담에서 있을 평화협정 체결 및 종전선언 논의에 더욱 적극적으로 관여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또 자국이 '의장국'으로서 주도하는 6자회담 체제를 복원시키며 한반도 평화 논의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할 것으로 관측된다.
베이징 소식통은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은 한반도에서 차이나 패싱을 막겠다는 시진핑 주석의 결단과 중국이란 뒷배가 필요한 김정은 위원장이 셈법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결과물"이라면서 "중국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자신들이 주도하는 6자 회담으로 이끌어 결국에는 한반도의 중재자로서 최대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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